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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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집행정지 ‘기각·각하’는 무승부…5월 내 대법원 결정날 것”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이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료계는 즉시 재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16일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처분의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1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붙은 의대증원 반대 홍보물. 연합뉴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서울고법 결정에 대해 “오늘 서울고법의 결정은 무승부”라고 평가했다.

 

그는 “제1심 각하결정(원고적격 없음)을 파기하고 부산대 의대생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점, 교육부 장관의 배분 결정뿐만 아니라 복지부 장관의 2000명 증원 발표도 처분성을 인정한 점, 대학의 자율성은 절대 존중돼야 하므로 2026학년도 이후에도 대학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 점, 나아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 긴급성을 인정한 점은 의료계의 승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쉽게도 정부 측의 공공복리(증원의 필요성)를 우선시한 점에서는 정부의 승리”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준비하겠다”며 대법원에 신속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사건의 중대성, 긴급성, 쟁점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5월31일 이전에 대법원에서 최종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의 의료 농단을 타파하기 위해 철저하고 신중하게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 외에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인 사건 6개도 패소한 측이 대법원에 재항고할 텐데, 모든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확정해야 집행정지에 관한 법적 절차가 종결된다”며 “6개 사건의 재판부도 신속히 결정해주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늇,

또 “의대생의 원고적격, 처분성,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긴급성을 인정했으므로 17일 충북대 등 32개 대학 의대생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재판부(행정4-1부, 행정8-1부)에 행정7부에서 진행됐던 모든 소송자료(의료계 및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일괄 제출하고, 신속한 결정을 촉구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교수들도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사실상 현 상황이 해결될 가망이 없어졌는데 이대로 2000명을 증원하면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고, 병원은 수익이 악화해 의료계에 종사하는 직군들이 실직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증원분에 맞춰 교수를 늘린 대학은 인건비와 시설 비용을 충당하지 못할 것이고 내다보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정책의 실패는 온전히 국민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대 총장은 임기가 종료되면 끝이지만, 국립대 적자는 다 세금으로 메운다”며 “정부가 얼마나 허술하고 불가능한 정책을 추진했는지 국민께 더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