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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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일극체제’ 깬 우원식 당선…친명 독주에 경종 울려

“국회의장까지 친명계 입맛대로에 거부감 작용”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대세론을 형성했던 추미애 당선인을 꺾고 16일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것을 놓고 ‘대이변’, ‘파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원식∙추미애 2파전으로 치러진 경선에서 ‘어의추’(어차피 국회의장은 추미애)의 주인공인 추 당선인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가 추 당선인을 위해 후보 교통정리에 나선 게 당내 의원들의 반감을 사면서 ‘이재명 일극체제’가 지나치게 견고해지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친명계 교통정리, 반감 불러

 

우 의원은 이날 서울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22대 국회 민주당 당선자 총회에서 추 당선인을 꺾고 22대 첫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총 투표 수 169표 중 우 의원이 89표, 추 당선인이 80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추 당선인이 강성 지지층의 높은 지지를 받는 가운데 경쟁자였던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친명계의 교통정리로 지난 12일 자진사퇴하면서 추 당선인이 승기를 굳혔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친명계의 개입이 오히려 역풍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이 대표 측이) 입맛대로 뽑으려는 인위적인 힘이 작동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다”며 “친명 위주인 초선 당선자 그룹에서도 이탈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4∙10 총선 후 박찬대 원내대표가 단독 추대된 데 이어 국회의장 후보까지 친명계가 지명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 심리가 컸다는 것이다. 의원 개인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는 상명하복식 계파 정치를 경계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경선 완주 의지를 피력했던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선거를 나흘 앞두고 일제히 중도 하차하면서 ‘명심’이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오른쪽)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 추미애 당선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리스크 우려, 우원식 안정감 선택

 

‘추미애 스타일’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추 당선인은 좌고우면 하지 않는 돌출 행보로 ‘추다르크’(추미애 + 잔다르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맡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거세게 대립하며 ‘검사 윤석열’의 정치 가도를 열어준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다. 보수계에선 추 당선인에 대해 ‘보수의 어머니’, ‘애국 보수’라고 비아냥 거리기도 한다.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이 돼 ‘추∙윤 갈등 2라운드’가 펼쳐지면 총선 패배 후 고전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오히려 돕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민주당 내 우려도 있다.

 

반면 온건 개혁 성향의 우 의원은 2013년 갑을관계 문제 해소를 위해 출범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으며 민생 문제에 주력해왔다. 우 의원도 친명으로 분류돼 당내 주류와의 이질감도 거의 없다. 추 당선인을 지지하며 사퇴한 조정식 의원의 표가 친명계 의도와는 반대로 우 의원을 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건 성향인 조 의원과 유사한 후보는 우 의원이라는 것이다.

 

또 우 의원에게는 전력으로 선거 활동을 도운 김성환∙박홍근 의원 등 당내 우군이 확고했던 반면, 추 당선인에 대한 친명계의 결집은 약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 여론을 주도하는 강성 지치층이 각 의원을 압박하며 국회의장 경선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순 있어도 이들에게 실제 투표권은 없다.

 

우 의원은 내달 5일로 예정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국회의장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