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의혹을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2)이 경찰 조사에서 ‘사고 전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고 직전 유흥주점에 들러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귀가한 점, 사고 당시 공황 발작 증세를 보였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사고 직후 유유히 통화하며 걸어다닌 점 등으로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1일 김호중을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입건했다. 김호중은 지난 9일 밤 11시 40분쯤 서울 신사동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혐의를 받는다. 김호중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측은 “김호중이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와 잘못된 판단(사건 현장 이탈)을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사건 현장 이탈만큼 주목받는 것은 매니저의 운전자 바꿔치기, 차량 메모리카드 손상, 그리고 사고 전후의 행적이다.
김호중 매니저인 30대 남성 A씨는 사고 2시간 뒤 자신이 김 씨 차량을 운전했다면서 거짓 자수를 했으며, 경찰에 출석하기 전 김호중과 옷을 바꿔입었다. 김호중은 사고 17시간 뒤인 10일 오후 4시30분쯤 경찰에 출석했으나 음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16일 MBN에 따르면 김호중은 사고 직전 서울 강남구의 소재 유흥 주점을 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는 음주운전 여부를 묻는 경찰에게 “술잔에 입은 갖다 댔지만 마시진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날 채널A는 김호중이 뺑소니 사고 당일 유흥주점에서 나오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김호중은 잠시 휘청이더니 대리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검은색 승용차 조수석에 올라탔다”면서 “일행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으며, 이 차량을 타고 귀가했다”고 보도했다. 김호중은 약 50분 뒤 집에서 나와 자신의 차량인 흰색 벤틀리 SUV를 몰고 가다 뺑소니 사고를 냈다. 당시 김호중이 향하던 곳이 또 다른 술집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
당초 소속사는 김호중의 음주 여부에 대해 “고양 콘서트를 앞둔 상황이라 절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카드 손상과 운전자 바꿔치기에 대해선 “현장에 먼저 도착한 매니저가 메모리 카드를 제거했으며, 김호중 사촌형이기도 한 소속사 대표 지시로 또 다른 매니저가 경찰서에 대리 출석했다”고 주장했다.
음주운전 및 음주운전을 숨기기 위한 시도로 보이는 운전자 바꿔치기, 메모리카드 손상에 대해 모두 부정 혹은 변명한 것이다. 그런데 김호중이 사고 직후 사고현장과 불과 200m 떨어진 곳에서 평화로이 통화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현장을 떠난 이유가 공황 발작 증세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
16일 채널A는 사고 현장 인근 CCTV 영상도 공개했다. 영상 속 김호중은 차에서 내려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골목길을 유유히 서성이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미국정신과의사협회에 따르면 공황발작 증세는 흉통, 두근거림, 질식할 것 같은 느낌, 죽을 것 같은 공포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고 직후 김호중의 모습이 공황발작 증세를 겪는 사람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김호중 측 관계자는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한 매체에 “김호중이 2020년부터 공황장에 증세를 보여 병원에 주기적으로 다녔다”며 “최근 증세는 모르지만 이번 사고와 함께 다시 증상이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점 동석자와 직원들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주점 내 CCTV를 분석하고 있다. 사고 직후 A씨가 거짓 자백을 하는 동안 다른 매니저가 김호중을 경기 구리시의 한 호텔로 피신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김호중 소속사가 뺑소니 은폐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보고 16일 소속사와 김호중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호중 측은 여전히 음주운전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16일 “채널A는 마치 김호중이 유흥주점에서 음주를 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김호중은 유흥주점에 지인에게 인사 차 들렸을 뿐, 음주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 휘청이다 등 주관적인 표현을 사용한 채널A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