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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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중 일제의 미군 상대 생체해부 기록 기증”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의료계가 포로를 상대로 벌인 생체해부의 실상을 전하는 자료가 해부를 담당했던 의료기관에 기증됐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규슈대 의학부는 전쟁 중 규슈제국대학(현재 규슈대)에서 미군 병사 8명이 실험수술로 살해당한 ‘생체해부사건’과 관련해 해당 수술에 참가한 의사 고 도노 도시오씨의 자료 약 300점을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전날 발표했다. 아사히는 “(규슈대는) 전시 중에 의료계가 범한 ‘부정적 역사’의 자료를 보존해 향후 의료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유족의 의지를 수용, 자료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2차대전 당시 일본 대학에서 미군을 상대로 벌어진 생체해부실험에 참가한 도노 도시오씨가 생전에 모은 자료들. 아사히신문 캡처

해당 자료는 1945년 5∼6월 옛 일본군이 격추된 미군 B29기 승조원 8명을 규슈제대로 옮겨 장기적출 등 실험수술을 벌여 전원 사망한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도노씨가 미 국립공문서관에서 찾은 자료, 생체해부에 관련된 범죄로 재판을 받은 의사들의 공판기록, 생체해부를 피해 살아남은 미군 병사와의 인터뷰 등을 담고 있다. 

 

당시 19세로 의학부 학생이던 도노씨는 해부학 강좌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실험수술에 참가했다. 수면제로 잠이 든 포로의 폐를 적출하는 것을 목격했고, 수액으로 사용할 바닷물 유리병을 들었다. 피가 번진 바닥을 물로 씻어내는 등 뒷정리도 맡았다고 한다. 

 

종전 후 그는 “진상을 밝히는 것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로서의 책무”라며 관련된 사안의 조사를 진행해 ‘규슈대생체해부사건’이라는 책을 냈다. 또 후쿠오카시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면서 사건을 전하는 전시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 

 

도노씨 기증 자료는 규슈대 병원 캠퍼스 내의 의학역사관에 보존되며 목록이 공개될 예정이다. 관련 전시회 개최도 검토 중이다. 규슈대 의학부는 “이 자료는 전쟁과 의료에 대해 생각하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의학교육과 평화교육을 비롯하여 사회에 널리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