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특정 수용체(CD47) 발현을 억제하면 중복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절반가량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지환·정연욱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만 감염된 쥐(A군)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과 함께 호흡기 상피세포에 황색포도상구균을 부착한 쥐(B군)를 대상으로 염증 정도와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왔다고 17일 밝혔다.
호흡 기관인 코, 목, 폐 등의 가장 표면에 있는 ‘호흡기 상피세포’는 병원균을 만나면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며 후천 면역 반응을 촉진해 외부 자극, 유해물질 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장벽기능을 한다. 호흡기 상피세포가 감염되면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데, 숙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는 호흡기 상피세포의 방어 기전을 해치면서 호흡기 질환 외 추가적인 중복감염을 발생시킨다. 황색포도상구균이 대표적이다. 호흡 기관에 붙어 기생하다가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 등에 중복감염을 일으킨다.
이번 연구에서 B군의 호흡기 상피세포를 분석한 결과, 세포 수용체(CD47)의 발현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D47은 장벽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의 발현과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고, 황색포도상구균의 호흡기 상피세포 부착률을 높였다. 이로 인해 세균이 세포 내로 침입하는 정도가 늘어났고, B군의 혈액에 세균이 침투하는 균혈증이 발생해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연구팀이 CD47을 억제하자 염증 반응은 최대 45%, 중복감염이 유발하는 균혈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최대 55% 감소했다.
유 교수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더해 중복감염이 일어나는 기전을 확인했다.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노인들에서 특정 세포 수용체를 조기에 억제하면 세균 중복감염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