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요 인사가 한국을 공식 방문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잇따라 만나 캄보디아와의 경제 협력 확대 기회를 모색했다. 매년 5% 이상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커지는 캄보디아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마넷 총리는 지난 15∼18일 한국에서 재계 인사들과의 일정을 소화했다.
우선 마넷 총리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마넷 총리는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이 회장을 만나 위촉장을 전달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마넷 총리가 한국 기업인에게 고문 위촉장을 직접 수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부영그룹은 최근 버스 1300대를 기증하는 등 캄보디아에서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 왔다. 또한 부영그룹은 현재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1만5000세대 규모 아파트인 ‘부영타운’을 건설 중이다.
조현상 효성 부회장도 같은 날 마넷 총리를 예방했다. 효성은 현재 타이어 보강재와 폴리프로필렌,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수출하며 캄보디아와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효성은 중국, 베트남에서의 성공에 이어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날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마넷 총리에게 대우건설의 현지 진출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를 비롯한 도시개발사업의 성공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캄보디아 신도시 및 부동산 개발사업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넷 총리는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단과도 면담했다. 마넷 총리는 “한국 기업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비 중”이라며 “한국 기업을 위한 새로운 경제특구(SEZ) 설립 및 캄보디아 내 한국 기업들과의 소통을 위한 채널을 개설하겠다. 1년에 2회씩 민간협의체를 통한 한국 기업들과의 회의를 열어 애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정만기 산업연합포럼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한국 전용 공단 설치나 세제 지원 인센티브뿐만 아니라 전기, 물류, 공업용수, 숙박시설 등에도 관심이 많다”며 “특히 수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정보기술(IT), 데이터 관련 산업에서도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다.
이처럼 재계와 유관 기관이 캄보디아를 향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것은 이 나라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캄보디아는 2015∼2019년 7% 안팎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 주춤하긴 했으나 2022년 5.2% 성장률을 회복한 뒤 올해 5.8%, 내년 6.1%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캄보디아에는 현재 식품, 섬유, 제조, 건설, 금융 등 분야의 300개 이상 한국 기업이 진출한 가운데, 한국과 캄보디아 간 교역 규모는 2023년 10억5200만달러(약 1조4200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