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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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모크라시를 아시나요? 쉽고 친절한 일상의 정치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설재균 띠모크라시 발행인 [강은선의 청.바.지(청년 BY 지역)-①]

우리 동네와 지역, 사회에 가치를 불어넣는 청년들이 있다. 동네 골목 살리기, 상권 활성화, 도시 재생…. 가치를 공유하는 청년들의 문화가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다. 모이니 삶이됐고, 자생했고, 지역에 가치와 정체성이 생겨났다. 지역에 삶의 뿌리를 내린 청년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떨까. 주말, ‘청.바.지(청년 BY 지역)’에서 지역 청년들이 바꾸고자 하는 동네, 지역, 사회이야기를 듣는다. <편집자주> 

 

설재균 ‘띠모크라시’ 발행인이 지난 9일 인터뷰 후 띠모크라시 팸플릿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강은선 기자 

1. 설재균 ‘띠모크라시’(대전 지방의회 감시 뉴스레터) 발행인 

 

“안녕하세요. ‘띠모’예요. 오늘은 대전의 도시철도 2호선 이야기를 준비해왔는데요. 2호선은 트램인거 모두 알고 계시죠? 과연 언제 우리는 트램을 탈 수 있을까요? 트램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앙증맞은 미어캣, 띠모(Ddemo)가 지난 8일 들고 온 주제는 대전시의 현안인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트램 사업 추진 과정과 계획 변경안, 행정 용어 등을 한 눈에 쏙쏙 들어오게 정리했다. 언론 기사보다 쉽고 편하게 읽힌다. 어려운 행정용어 풀이까지 더해줘 친절하기까지 하다. 깔끔한 편집본은 가독성을 높인다.  

 

띠모가 보낸 건 대전 지방의회 감시 뉴스레터인 ‘띠모크라시(Ddemocracy)’. 띠모크라시는 대전의 앞글자 알파벳인 ‘D’와 민주주의를 뜻하는 영단어 ‘Democracy’의 합성어이다. 지방의회 이슈부터 회기 모니터링 보고서, 대전시정 현안 및 이슈를 비롯, 선거 공약 분석 등 지역 정치를 모두 담는다.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수요일 낮 12시에 구독자를 찾아간다. 

 

2022년 5월, 당시 지방선거 후보자를 소개하는 베타버전으로 시작한 띠모크라시는 이달 발행 2주년을 맞는다. 지금까지 베타버전, 호외 등을 포함해 뉴스레터를 50회차 발행했다. 

 

뉴스레터 캐릭터이자 전달자인 띠모는 대전시·구의회에서 이미 인기(?) 캐릭터다. 

 

띠모크라시의 캐릭터 띠모가 지방의회 이슈를 전달하고 있다. 띠모크라시 제공

‘사막의 감시자’인 미어캣을 캐릭터화한 띠모는 대전을 상징하는 캐릭터인 ‘꿈돌이’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로 2살이 된 띠모는 키는 50cm, 몸무게는 720g. MBTI(성격유형검사)는 ESFP. 사교적이고 활동적이며 어떤 상황이든 잘 적응한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이다. 주변에 관심이 많으며, 사람이나 사물을 다루는 사실적인 상식이 풍부하다.

 

지난 2년 동안 힘들고 지쳐도 띠모가 대전시의회와 5개 기초의회를 사정없이 휘젓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이 ‘성격’인가 싶어 고개가 끄덕여진다. 

 

띠모크라시의 창간·발행인은 설재균(32)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설 발행인은 “우리 일상의 정치이야기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해보자, 의정감시활동을 말 그대로 보고가 아니라 직접 대화하듯이 해보는 건 어떨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설 발행인은 그동안 대전참여연대 활동가와 의정감시팀장으로 지방의회 회의록 분석과 시·구의회 질의 및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등 대의기관을 견제·감시하는 시민 감시단 역할을 해왔다. 대전참여연대는 이런 활동 보고서를 매월 냈다. 

 

설 발행인은 “의정활동보고서의 목표는 지방의회를 감시하는 것 뿐 아니라 우리 동네·지역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도 주목적”이라며 “그 부분에서 항상 고민이 있었고 머릿속에 구상만 했던 걸 실행에 옮겨볼 수 있는 기회가 돼 띠모크라시 발행에 들어갔다”고 했다. 

 

유의미한 결과 보고만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스피커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 발행인은 설명했다.   

 

설재균 ‘띠모크라시’ 발행인이 지난 9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2019년 청년활동가로 대전참여연대와 함께 한 설 발행인은 대학에서 행정학과를 전공하며 ‘마을 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마을에 대한 관심이 확장돼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자원의 결정권에서 배제돼왔던 시민들의 역할을 찾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전해인 2018년엔 대전에서 마련된 오픈테이블 방식의 대화모임인 ‘누구나 정상회담’에 참여하며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된 성취감을 맛봤다. 

 

설 발행인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 개념을 직접 체험하고 성과를 내는 경험을 하면서 만남과 참여, 연결이 갖는 힘을 알게 됐다”며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이 수혜계층이 아니라 주체로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띠모크라시는 사회의 주체자로서의 시민 참여 플랫폼이자, ‘권력 감시’와 ‘정치 리터러시’를 핵심으로 한 완전한 독립언론이다. 

 

전국에서 지방의회를 감시하는 성격의 뉴스레터는 띠모크라시가 유일하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기획인만큼 노동 강도와 노동 시간은 만만치 않다.  

 

발행은 설 발행인과 정혜용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활동가 2명이 오롯이 담당하고 있다. 뉴스레터 내용 구성부터 편집, 디자인, 발송까지 2인 다역인 셈이다. 

 

격주 수요일 정오에 발송을 마치면 다음날부터 바로 아이템 선정 회의에 들어간다. 돌아오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아이템 내용을 1·2차 정리한 후 디자인, 가편집본 확인까지 마친다. 수요일 오전 오탈자 등 최종 편집본을 확인하면 2주는 금세 온다.

 

“기자들의 마감 압박을 격주로 느끼죠.(웃음) 의회 회의록을 주제로 잡으면 몇 백장씩 되는 걸 이틀에 다 봐야할 때도 있어요. 지방선거 당선자 공약 분석도 쉽지 않은 일이죠. 지역사회의 여러 활동가 분들이 함께 해줘서 여기까지 잘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피드백은 큰 힘이 되고요.”

 

고생 끝 낙이 온다고 했던가. 

 

지난 4월 4일 대전 유성구 어은동의 한 카페에서 마련된 ‘띠모크라시 총선 특집 모임’에서 선거공보물 분석 작업 중인 청년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제공

2022년 5월 첫 뉴스레터를 발송 후 구독자는 800명 가까이 늘었다. 매일 1명 이상 구독자가 꾸준히 는 셈이다. 구독자는 대전 뿐 아니라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 다른 지역시민단체에서 띠모크라시 벤치마킹을 오고, 띠모크라시 활동에 문의하는 지방의원들이 늘고 있는 것도 결실이다.   

 

가장 큰 성과는 청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초 띠모크라시는 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지역 후보자들의 선거공보물을 분석하는 ‘총선 특집’을 진행했다. 지역에서 청년 10여명이 넘게 모여 2시간동안 시각적, 정책적 분석과 함께 우수공보물 제작 후보를 자체 선정했다.  

 

이달 말에는 띠모크라시 2주년 팝업스토어를 유성구 어은동에서 연다. 이 자리에선 띠모크라시 모의고사도 치러진다. 

 

“어떻게 보면 작은 실험이었죠. 헌데 이 실험의 파동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정치는 누구나 잘살게 하는 게 목적이잖아요. 지켜보지 않고 가만히 두면 정치는 바뀌지 않아요. 우리도 방관하지 않고 직접 참여해야죠. 생각은 있지만 기회가 없어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띠모크라시가 그런 기회의 역할, 참여의 문이 되길 바라요.”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