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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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러 비호 속 北 위협 커지는데 文, ‘평화 타령’ 회고록인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화 타령’이 끝이 없다. 그는 엊그제 공개한 600여쪽의 회고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에게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2018년 9·19정상회담을 앞두고선 “김정은이 먼저 영변핵시설 폐기를 제안했다”고도 했다. 김정은이 진정 핵을 포기할 생각이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개발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는 건 도대체 뭔가.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에 북한의 핵·장거리 미사일 실험 유예에 대한 조치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명문화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미국이 상응 조치만 강구했으면 훌륭한 빅딜이 될 수 있었는데 당시 상황을 이해 못한 미국이 거부해 결국 협상이 깨졌다”고 했다. 작금의 한반도 위기 상황은 한·미 연합훈련에서 비롯됐고 책임은 한·미에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종전 선언’과 관련해 ‘한국이 빠진 채 해도 괜찮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한 사실도 공개했다. 전쟁 당사국인 우리를 배제하면 누구를 위한 종전 선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 위기 상황이 북한의 도발 위협에서 비롯됐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북한은 2021년 1월 노동당 대회에서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핵추진 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 전략무기 보유 등의 5대 과업을 제시하며 로드맵대로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 9월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핵선제 법제화’를 했고, 2023년 9월엔 헌법에 ‘핵무기 고도화’를 명시했다. 이제 중·러의 비호까지 받는 마당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리 있을까. 이런 상황을 눈뜨고 보면서도 과장 내지 허황된 주장을 하니 ‘북한 대변인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1월 부인 김정숙 여사의 단독 인도 타지마할 방문과 관련해서도 “인도 모디 총리가 허 황후 기념 공원 개장 때 와 달라고 초청해 이뤄진 것”이라며 “배우자의 첫 단독외교”라고 자평했다. 억지 주장이자 자화자찬이다. 우리 측이 먼저 인도에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고 공군 2호기를 이용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컸다. 국민 정서와 전혀 다르니, 누가 전직 대통령의 말이라고 곧이곧대로 믿어 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