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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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홀 ‘작은 섬’의 기적… “우승은 신의 은혜”

‘탱크’ 최경주, SKT 오픈 우승

대회 4번째 트로피… 통산 17승
연장전 초접전 끝 박상현 꺾어
해저드 피한 공 살려내 ‘파’ 잡아
“‘KJ Choi’ 이름 붙여주고 싶어”

박현경, 두산 매치플레이 정상
상금랭킹 1위로… 이예원 준우승

‘탱크’ 최경주(54·SK텔레콤)가 한국 골프역사에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감탄만 나온다. 1999년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자격을 얻으며 PGA 벽을 허물었고, 2002년엔 한국인 최초 PGA 투어 우승 기록도 쓰는 등 2011년까지 PGA에서 통산 8승을 거뒀다. 2020년엔 50세 이상만 출전할 수 있는 시니어 투어인 PGA 챔피언스에 데뷔하며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 것은 물론 2021년엔 우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런 최경주가 한국 프로골프(KPGA)에서 54번째 생일인 19일을 맞아 ‘KPGA 최고령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만들었다.

54번째 자축 ‘생일선물’ 최경주가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스크 골프클럽에서 열린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 생일 케이크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환하게 웃고 있다. KPGA 제공

최경주는 이날 제주도 서귀포시 핀스크 골프클럽(파 71)에서 열린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 마지막 라운드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박상현(41·동아제약)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3라운드 합계 6언더파 207타를 기록하며 5타 차 선두였던 최경주는 4라운드 들어 보기 5개를 범하며 3오버파 74타로 부진했다. 이 사이 박상현(41·동아제약)은 3언더파를 몰아치며 최경주와 같은 3언더파 281타로 경기를 끝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8홀(파4)에서 펼쳐진 1차 연장전. 최경주의 두 번째 샷은 워터 해저드로 향했다. 불행해 보였던 최경주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공이 연못에 빠지지 않고 해저드 사이 조그마한 섬 위에 올라간 것이다. 벌타를 받지 않은 최경주는 세 번째 샷을 홀컵 옆에 붙였고 결국 파로 마무리했다. 위기를 넘긴 최경주는 같은 홀에서 펼쳐진 2차 연장에서 파를 잡았고, 보기를 범한 박상현을 제치고 결국 정상에 섰다. 최경주는 “이번 우승은 신의 은혜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며 “(1차 연장에서 공이 올라갔던 해저드 사이) 작은 섬에 ‘KJ Choi’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고 기뻐했다.

‘행운의 섬’에서 기념샷 최경주(오른쪽)가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뒤 1차 연장 두 번째 샷이 떨어진 해저드 사이 작은 섬에 올라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이번 승리로 1970년 5월19일에 태어난 최경주는 정확히 만 54세로 KPGA 최고령 우승 기록을 새롭게 썼다. 종전 기록은 2005년 5월 최상호(69)가 KT&G 매경오픈에서 세운 50세 4개월25일이다. 또 올해 27회 대회를 맞은 이 대회에 22번째 출전한 최경주는 2003년과 2005년, 2008년에 이어 네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최경주가 KPGA에서 우승한 것도 2012년 10월 CJ인비테이셔널 이후 11년7개월 만이다. 최경주는 “소속 팀(SK텔레콤)의 40주년과 생일, 또 대회 4승까지 겹쳤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울컥하며 목이 메는 모습도 보였다.

 

이로써 KPGA 통산 17승을 거둔 최경주는 PGA에서 거둔 8승 등을 포함해 프로무대에서 30승을 채우게 됐다. 끝으로 최경주는 “500경기를 채우면 PGA 투어에서도 기념행사를 열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대 챔피언 자격으로 나갈 수 있는 대회에서 이 기록을 달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총상금 9억원) 결승에서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이 이예원(21·KB금융그룹)을 1홀 차로 물리치고 정상에 섰다. 박현경은 이번 승리로 지난 10월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 이후 6개월 만에 우승이자 통산 5승을 거두게 됐다. 또 우승상금 2억2500만원을 따내며 4억8523만원으로 상금랭킹 1위에 올라섰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