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 벌어진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원 권한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에 고삐를 죄고 나섰다. 추미애 당선자 낙선에 반발이 거센 당원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지만, 결국 강성 지지층 ‘입김’에 당이 더욱 취약해진다는 우려도 뒤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 중심의 원내정당에서 당원과 지지자 중심인 대중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의장 경선 이후) ‘당원과 지지자들 마음을 왜 몰라주냐’, ‘당원·지지자 요구가 왜 묵살당하느냐’는 당원·대중의 실망·분노가 탈당과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 이후 민주당 탈당 신청자는 1만명 이상이며, 100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탈당 승인이 보류된 상태라고 민주당은 전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한 결과, 민주당은 전주 대비 6.1%포인트 하락한 34.5%(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기록했다.
정 최고위원은 “말로만 당원이 주인인 정당이 아니라 실제 당헌당규로 보장해야 한다”며 “우리끼리 결정할 일을 왜 당원들이 시어머니 노릇을 하려고 하냐는 의원이 있다면 이는 시대 변화에 둔감한 문화 지체 현상이다. 이제 다 드러내놓고 전 당원 토론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추 당선자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김민석 의원은 의장 경선 등에 권리당원 의사를 10% 반영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그는 이날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서 “당원 의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되거나, 일반적인 흐름과 다른 것에 대한 안전장치가 되도록 10%를 출발점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인 권향엽·김태선·윤종군·이기헌·정을호 당선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단 후보·원내대표 선출 시 당원 참여 보장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 당원 참여 비율 대폭 확대 등 당원 권한 강화안을 제안했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지난 주말 새 당원 행사에서 “당원도 두 배로 늘리고, 당원 권한도 두 배로 늘리자”,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권리당원 표 가치를 높이는 안을 연구 중이다” 등 당원 권한 강화 관련 언급을 이어 간 터다.
실제 민주당은 17개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 현재 대의원 50%·권리당원 50% 투표로 진행되는 데서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는 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가 언급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실무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