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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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 지켜달라” 호소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 회장 별세

“환우들 버팀목 되어주고, 환우들 권리 위해 싸운 은혜 잊지 않겠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 상황에 의사들에게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해 배려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켜 달라고 호소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고인은 2016년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124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치료를 중단하고 최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마지막 치료를 받았다. 2020년에는 폐암 환자들을 대변하는 한국폐암환우회를 조직해 회장직을 맡았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 한국폐암환우회 유튜브 채널 캡처

최근 의정 갈등과 의료공백 사태를 맞아 ‘환자 중심 의료’를 주문하며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회원들과 집회를 열어 사태 해결을 호소했다. 고인은 생전 전공의들에게 “어려운 환경일수록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제네바 선언을 지켜 달라”는 말을 남겼다. 제네바 선언은 일반적으로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알려져 있으며, 의사들이 지켜야 할 윤리를 담고 있다.

 

의대 교수 등에는 “전공의들을 협상의 자리로 인도하는 사회 지도자의 경륜을 보여 달라”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는 “정부는 국민의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한다.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의료진을 설득하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달라”고 주문했다.

 

그의 부고를 알리는 카페 글에는 “항상 환우들을 위해 힘쓴 회장님, 하나님 곁에서 평안하시길 기도하겠다”, “늘 환우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시고 의지처가 되어주셨다”, “환우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주신 은혜 잊지 않겠다”는 등의 감사의 글이 달렸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신화월씨와 아들 이영준씨, 딸 이선영 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김포시 아너스힐병원장례식장 VIP3호실. 발인은 22일 오전 10시.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