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어려운 시기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지낸 로버트 킹 전 특사는 16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 활동 종료에 대해 질문하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엔 전문가패널 활동 종료로 대북 제재 감시망 공백이 불가피하지만, 이를 보완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킹 전 특사는 워싱턴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비공개로 열린 유엔 전문가패널 활동 종료에 따른 대책회의를 마치고 본지와 인터뷰했다. 대책회의에는 미 국무부 관계자를 포함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킹 전 특사는 최근 기고에서 2022년 8월30일로 종료된 북한인권법이 재승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월 킹 전 특사 퇴임 뒤 무려 6년 동안 공백으로 남아 있던 북한인권특사 자리에 줄리 터너 특사를 임명했다. 정작 북한인권특사 임명에 근거가 되는 북한인권법은 공백 상황이었다. 킹 전 특사는 “특사는 있지만, 북한인권법은 없다”고 꼬집었다.
킹 전 특사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도 북·미관계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고,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킹 전 특사와의 일문일답.
―유엔 전문가패널 임기 종료 영향은.
“유엔 대북제재위의 제재 집행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북한에 반입되는 물품, 북한으로부터 반출되는 물품들을 감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북한 정부의 미사일 및 핵 개발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북한이 군사 장비를 사용하는 방식 등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와 같이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다. 유엔 전문가패널 공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의 독자적 조치로는 불가능하다. 다른 국가들을 참여시켜야 하고, 대북 제재 등의 규정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다.”
―북·러가 밀착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기복이 있었다. 최근에는 더없이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군사 장비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러시아 군사 장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북한 군사 장비 사용이 쉽다. 러시아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북한에 친절하다. 김정은은 항상 러시아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고, 지금은 러시아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 반갑지 않은 상황이고, 한국을 포함해 지역에도 좋지 않다.”
―러시아는 군사 기술을 제공한다.
“러시아는 북한에 추가 지원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기 때문이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더욱더 관계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인권법 재승인이 가능한가.
“북한인권법에 대한 의회의 광범위한 지지가 있기 때문에 재승인이 지연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의회와 미국 국민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압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회가 분열돼 있고, 당파적이기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북한인권법이 꼭 처리돼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인권특사 지명도 늦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북한인권특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인권법에 서명했지만 특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특사가 임명되기까지 2년이 걸렸다는 사실에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특사 인준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 인권상황은.
“훨씬 더 악화했다. 코로나19로 이전의 어떤 조치보다 국경을 강화했다. 북한 정부의 감시가 더 엄격해졌고, 시장 역시 폐쇄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 외부 정보에 대한 접근 역시 더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일부 언론인들이 북한을 방문하기도 하고, 외국 대사관도 있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든 것이 폐쇄됐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도 재개됐다고 한다.
“탈북민들이 강제북송은 몇달 전부터 시작됐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강제북송에 따른 인권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반대해야 한다.”
―미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무관심하다.
“북한 인권문제는 여러 다른 문제들과 함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항상 어렵다. 동아시아 전반을 봐야 하고, 북한의 핵 문제가 있고,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 핵 문제를 다루려면 인권문제도 다뤄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손놓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여전히 북한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일관성 있게 해나가고 있다고 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을 거세게 밀어붙였다가, 김정은을 만난 이후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핵 문제 등과 관련해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있고, 북한에 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북한이 관여할 의지가 없다. 미국 정부가 무엇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반응을 하느냐, 않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최근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통일이나 한민족이라는 개념을 폐기한 것이다. 그것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 정부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본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북한과 접촉할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멋진 포옹을 나눈 뒤 회담이 결렬된 과거에서 알 수 있듯이, 양측은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는 위험을 무릅쓰고 김정은을 만났지만 김정은으로부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느낀다. 김정은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북한에 대해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북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의 외교 구상은 무엇일까.
“김정은이 북한을 통제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문제다. 그리고 자신의 통제하에 한국과 통일하는 데 관심과 열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은 국제적인 국가이고, 전 세계 국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흡수통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가 가능성이 더 크다. 김정은이 통일과 한민족 개념을 폐기한 것도 그러한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할까.
“핵무기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테스트가 필요한지, 아니면 이미 성능 테스트가 필요하지 않은 수준인지 과학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북한 역시 성능 테스트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 도달할 것이다. 북한이 정말 도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시점에는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사용을 우려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변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핵실험이 북한 정권에 어려움과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점은 북한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북한은 북·일정상회담을 거부했다.
“일본이 납북 피해자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면 북한은 일본과 정상회담을 할 의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정상회담에 나설 수 없다. 납북 피해자 문제는 일본에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일본 정부는 안보, 경제 문제와 별도로 정치적 이유 등으로 인해 북한에 납북 피해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납북 피해자 문제에 대해 일본과 논의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일본과 북한의 교류는 어려울 것이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942년 와이오밍 출생 ●브리검영대 정치학,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국제관계학 박사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연구원 ●톰 랜토스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장 비서실장 ●국무부 북한인권특사(2009∼2017년) ●워싱턴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연구원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