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과 가뭄으로 최적 항로인 수에즈·파나마운하 통행량이 급감했는데 여름 휴가철을 겨냥한 물동량이 증가한 탓이다. 수익성이 향상이 기대되는 해운업계는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수출 중심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일 상하이해운거래소가 공시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7일 기준 2520.76포인트로 10일(2305.79포인트)보다 9% 이상 증가하며 1년8개월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SCFI는 전주 대비 약 19%가량 급등하는 등 7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이 지수는 줄곧 1000포인트대를 유지했었다.
같은 기간 SCFI를 항로별로 보면 주요 7개 항로(유럽, 지중해, 미주 서안, 미주 동안, 중동, 호주·뉴질랜드, 남미)의 운임이 모두 상승했다.
이처럼 컨테이너 운임이 급격히 상승한 가장 큰 이유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꼽힌다. 우선 컨테이너 시장에서 공급으로 볼 수 있는 ‘선복량’의 절대치는 증가했지만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등을 우려한 국제 선사가 최단 경로 수에즈운하 대신 우회로를 택하며 이동거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에즈운하를 거치면 12주면 갔다 올 수 있는 거리를 우회로를 통할 경우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가량의 시간이 더 걸린다. 이는 결과적으로 같은 기간 실어나를 수 있는 화물의 양이 줄어들며 선복량이 감소하는 효과를 부른다.
미국으로 향하는 길목인 파나마운하 역시 기록적인 가뭄으로 하루 선박 통과량이 기존(36척) 대비 60%(22척) 정도로 줄어들며 운임을 끌어올렸다. 4월부터 11월까지가 통상적인 파나마의 우기이지만 아직 비다운 비는 오지 않은 상태다. 이외 캐나다 철도 파업과 미국 항만 노사 갈등이 해운 운임 추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휴가 성수기가 다가오며 컨테이너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는 2·3분기를 성수기로 분류한다”며 “2분기는 여름휴가 소비를 위한 물량이, 3분기는 크리스마스 등 연말 소비를 위한 물량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2분기는 중국 노동절 황금연휴(5월1∼5일)까지 겹쳐 수요가 더 늘었다. 극심한 내수 침체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는 올해를 소비 촉진의 해로 정하고 14개 부처가 공동으로 ‘소비재 이구환신(헌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 촉진 행동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4월 상하이항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4.2% 증가한 418만TEU(1TEU는 20피트짜리 규격 컨테이너 1개)를 기록했다.
엔데믹에 따른 보복 소비 열풍 뒤 불황을 우려했던 해운업계는 뜻밖의 호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45%에 달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운임 상승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수(교통물류학)는 “해운 운임이 증가하면 기업들 특히 물류 장기계약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국제 정세부터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모든 상황이 기업에 어려워 정부에서 수출 중소기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만 모든 기업이 아닌 옥석을 가려 지원하는 장기적인 지원 계획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