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서울대 N번방’ 사건? 피해자 최소 60여명…“돈 아닌 성욕 때문에 범행”

부실 수사 논란에…경찰 “익명성 높은 텔레그램 특성상 피의자 특정 힘들었다”
경찰이 지난 3월15일 오후 11시쯤 피의자 강모씨를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으로 유인해 특정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경찰이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 피해자가 최소 61명이며, 주범들이 성적 욕망 때문에 범행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21일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 61명 중 특정 대학 졸업생은 12명"이라면서 "범행 목적은 영리 추구가 아니라 성적 욕망 해소"라고 설명했다.

 

과거 'N번방 사건' 당시 주범 조주빈 등이 금품을 받고 텔레그램 방에 입장시킨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의 주범들은 금전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주범 박 모 씨(40)와 강 모 씨(31)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며 "두 사람이 서울대 출신인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밝혔다. 범행 당시 박 씨는 졸업생, 강 씨는 대학원생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1에 따르면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의 지인을 범행 대상으로 노리고 졸업식 사진이나 SNS 사진으로 불법 합성물을 만들었다.

 

박 씨가 불법 합성물 유포를 목적으로 개설한 텔레그램 방은 약 200개로 파악됐다. 그중 실제 합성물이 유포된 대화방은 20개 정도, 실제 제작된 합성물은 100건 정도다. 박 씨는 방마다 최대 50명 정도 입장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적 욕망과 취향이 비슷한 이들을 선별해 입장시켰다"며 "성향이 맞지 않은 대화를 하거나 대화를 많이 안 하면 강제로 퇴장시켰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사이에서 유포된 합성물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보안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보고 삭제하라' '무덤까지 가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4차례 수사를 하고도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했던 것으로 나타나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일선서의 여건이 좋지 않고 익명성이 높은 텔레그램 메신저의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수본에서 일선 서에서 하기 힘든 사건이라고 보고 재수사 지시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수본은 '지인 능욕' 사건을 잡지 못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텔레그램은 수사에 협조해 주는 곳이 아니어서 전세계 경찰이 같은 상황"이라며 "서울청은 여러 수사기법 노하우 가지고 있어 특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선 경찰서에서 해야 할 수사는 충분히 이뤄졌다"며 "그만큼 잡기 어려운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수사에서 N번방 사건을 추적해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원은지 씨가 피의자를 유인, 검거에 도움을 준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디 확인 과정에서 추적단 불꽃인 걸 확인해 차후에 협조했다"며 "박 씨를 유인해 준 게 맞다"고 밝혔다. 경찰은 불법 합성물 재유포자들을 지속해서 추적할 방침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