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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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尹정부 집권 3년차 정책 혼선… 기강 잡고 국정 고삐 좨야

직구금지·운전면허에 공매도까지
설익은 정책 거둬들이는 일 반복
여당 중진들 설전도 볼썽사나워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거둬들이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부와 경찰청은 그제 고령자의 야간·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려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방침을 내놨다가 고령자의 이동권 침해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슬그머니 철회했다. KC(국가통합인증마크)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방침을 사흘 만에 물린 것과 흡사하다. 어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불을 지핀 ‘6월 중 공매도 재개설’을 대통령실이 일축했다. 이 원장이 ‘개인적 욕심이나 계획’임을 전제로 하긴 했으나 국민들에겐 정책 혼선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가 ‘집권 3년차 증후군’에 빠진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회의감마저 들 정도다. 역대 정권도 예외 없이 집권 3년차가 되면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와 공직사회 복지부동으로 국정 운영에 난맥상을 보이긴 했다. 이번에는 국민적 관심 사안을 손바닥 뒤집기 하는 혼선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니 큰 문제다. 지난 4·10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대패로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정부는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고 공직자들은 벌써 권력 향배에나 관심을 둔 결과가 아닌지 의문이다. 대통령실이 뒤늦게 고위 당정 정책 협의를 매주 여는 등 컨트롤 타워를 자임하고 나섰지만 물꼬 터진 둑을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가 정책의 생명은 일관성과 신뢰성이다. 현 정부 들어서만 5세 취학연령 하향과 주 69시간제 등 정책을 불쑥 내놓았다가 거둬들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사전에 여론을 충분히 듣지 않고 추진했다가 벌어진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공직사회 기강을 다잡고 국정의 고비를 좨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용산 대통령실이 만기친람식으로 모든 사안을 주도하려고 해선 안 될 일이다. 작금의 사태가 대통령실 규모가 작아 벌어진 일은 아니지 않은가. 민심과 가까이 있는 여당이 중심을 잡고 여론을 제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판국에 당 중진들이 설전이나 벌이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해외직구’에 대해 나경원 당선자와 유승민 전 의원, 총선 이후 물러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일제히 비판하고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논쟁에 뛰어들어 복잡한 양상이다. 차기 당권 경쟁은 물론이고 향후 대권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이는데, 지금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정치적 수 싸움이나 벌일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뜻을 한데 모으더라도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가 벅찬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