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사진)과 소속사 관계자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사고 후 열흘이 지나서야 음주운전을 시인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소주 10잔가량을 마셨다”고 진술하는 등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소속사 관계자가 핵심 증거인 자동차 블랙박스 메모리카드(SD카드)를 삼켰다고 주장하는 것 등에 미뤄, 사건 관계자들의 증거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김씨와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이광득 대표, 본부장 전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씨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치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가 사고를 낸 뒤 소속사가 사고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이 대표에게는 범인도피교사 혐의, 전씨에게는 범인도피교사·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다. 향후 김씨가 거짓 증언을 교사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는 경찰이 추가로 적용한 혐의인데,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운전 중 타인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수치가 나와야 하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달리 사고 당시 운전자가 음주의 영향으로 실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을 때 성립한다. 김씨가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났다가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 조사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해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보다는 ‘정상적인 운전 가능 여부’에 혐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동 소재의 한 변호사는 “기존 혐의였던 도주치상과 새롭게 추가된 위험운전치상의 법정형만 두고 보면 두 혐의에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벌금형을 두고 봤을 땐 위험운전치상의 최소 벌금이 500만원 더 많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운전자를 바꿔치기하고 사고 차량의 SD카드가 사라진 것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소속사 관계자들에게는 사고를 은폐하려 한 혐의가 적용됐다. 특히 SD카드에는 사고 전후 정황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데, 전씨는 이를 “삼켰다”고 진술했다. 전씨에게는 구속영장의 주요 발부 사유인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됐다.
음주 사실을 사고 후 열흘이 지나서야 인정한 김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여러 종류의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공연을 앞두고 있어 주량보다 많이 마시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 측은 23∼24일 서울에서 예정된 공연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었는데, 24일 영장실질심사가 잡히면서 공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씨 측 관계자는 “김씨의 서울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며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은 모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결과에 따른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