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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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 무효 공익 소송 기각됐지만…

광주고법 “절차적 하자 없다…경관 훼손 주장 받아들이기 어려워”
사업비 변경 협상 난항…착공 안갯속

제주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 공익소송단이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는 22일 공익소송단이 제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처분 무효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제주 오등봉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오등봉공원 사업을 백지화할 만큼의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판단이다.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민간사업자가 미집행 공원 용지를 매입해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사업이다. 나머지 30%는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 수익을 얻는다.

 

오등봉공원은 제주시 오등동 일대 76만4000여㎡ 공원 부지 중 9만5000여㎡에 1400여 가구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공원시설 내 음악당, 도서관 등 공공 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익소송단은 오등봉공원 사업 허가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주장해 왔다. 

 

오등봉 민간특례 사업 공동 시행자인 호반건설 컨소시엄 특수목적법인 오등봉아트파크㈜가 피고 제주시 측으로 보조참가한 가운데 양측은 1심에서 주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다퉜다. 

 

1심에서 패소하면서 공익소송단은 항소심에서 경관 훼손 등을 문제 삼았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공원 사업을 위해서는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조건 중 하나는 ‘공원의 본질적 기능과 전체적 경관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공익소송단은 오등봉공원 사업으로 1000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공원의 본질적 기능을 잃고 경관도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고 제주시 측은 공익소송단의 주장대로면 우리나라에서 민간특례사업 자체가 불가하다는 식으로 맞섰다. 

 

재판부는 원고 공익소송단의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취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등봉공원 사업 허가 과정에서의 각종 심의위원회 심의, 환경영향평가, 사업자 측의 사업 계획 등을 모두 살펴도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제주 오등봉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조감도.

◆조기 사직 강병삼 시장 임기 중 ‘협약변경’ 불투명

 

제주시가 공익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사업 착공 시점은 안갯속이다. 강병삼 시장이 6월 조기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비 변경 협약은 불투명해졌다. 민간사업자가 당초 5월 계획했던 아파트 분양도 미뤄졌다.

 

제주시는 최근 공동사업자인 오등봉아트파크㈜에게서 최종 사업비 변경 협상안을 넘겨 받았지만 이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회신에 나서면서 양측의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쟁점은 공공시설 범위와 공원조성비다. 제주시는 공원 조성계획에 음악당과 아트센터, 도서관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간사업자는 이들 시설에 대한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공원시설을 축소한 중부공원과 형평을 맞춰달라는 주장이다.

 

공원 조성계획이 우선 정리돼야 공원시설비를 추산하고 이를 토대로 아파트 분양가와 사업자 수익금 등을 정할 수 있다. 이어 총사업비를 확정하고 협약을 변경해야 착공할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는 확정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공원시설을 축소해 총사업비와 아파트 분양가를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제주시는 문화향유 확대와 공공시설 확보를 위한 시민과의 약속이라며 협약대로 공원시설을 요구하고 있다.

 

공원조성비와 공공시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파트 분양가 산정도 허공에 떴다. 총사업비가 정해져야 이를 반영한 적정 분양가를 산정할 수 있다.

 

미분양 사태를 막기 위해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적정분양가는 3.3㎡ 2590만원선이다. 제주 중부공원 아파트는 이보다 낮은 3.3㎡당 2452만원이지만 분양률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토지보상비와 공사비 증가 여파로 총사업비가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공동사업시행자인 양측이 변경된 협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앞선 1월 중부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협약서 변경을 완료했다. 가칭 가족어울림센터를 없애는 대신 분양가를 낮추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강 시장이 최종적으로 협약서 변경에 나서지 않으면 오등봉공원 개발 사업은 7월 취임 예정인 차기 시장의 손으로 넘어간다.

 

오등봉아트파크는 제주시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사전 통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업비 협상 난항으로 3개월 간 공사가 중단돼 12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제주시장과 담당 공무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민간사업자가 1조원 대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포기하면 제주도가 수천억원대 공원 토지보상비 등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