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이 추진될 정비 선도지구의 규모가 최대 3만9000호로 결정됐다. 선도지구 선정은 주민동의율이 결과를 가를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9월에 제안서를 받아 11월 지구를 선정한 뒤 주민 이주 등을 거쳐 2027년 착공해 2030년 새 아파트를 완공하는 게 목표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이런 방안이 담긴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선도지구 기준물량은 분당 8000호, 일산 6000호, 평촌·중동·산본 각 4000호다.
국토부는 각 지자체가 지역별 주택 재고, 주택수급 전망 등을 고려해 세대 수로 제시된 기준물량 내외에서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기준물량에 더해 1~2개 구역을 추가로 선정할 수 있게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추가 물량은 기준 물량(2만6000호)의 50%인 1만3000호를 넘지 않도록 했다. 따라서 규모가 가장 큰 분당 선도지구 물량은 최대 1만2000가구다. 이는 ‘미니 신도시’급 규모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1만2032가구)에 맞먹는다.
일산은 최대 9000가구, 평촌·중동·산본은 각 최대 6000가구씩 재건축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이들 모두를 포함한 선도지구 규모가 1기 신도시 정비 대상 주택 물량의 10∼15%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단계적·순차적으로 1기 신도시 전체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관심은 어떻게 선도지구를 정하느냐다. 평가 항목을 보면 주민동의 여부가 60점으로 가장 높다. 주민 95%의 동의를 받아야 60점 만점을 받는다.
선도지구 공모에 신청하려는 주민들은 구역 내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와 단지별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최소한 50%의 주민동의가 있어야 신청서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동의율이 50% 이상이면 10점을 받고, 95%를 넘기면 60점을 받는다.
◆사업 추진 3년… 주민동의 관건 ‘속도전’
주민동의율 비중이 평가 기준을 압도하는 건 사업 추진 기간이 짧아서다. 정부는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를 2027년에 착공해 3년 뒤 입주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3년은 대규모 정비 사업 추진 속도 중 최단·최적 소요 기간으로 해석된다. 주민 간 갈등이 없어야 이 속도에 맞춰 빠르게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분당의 경우 이미 자체 조사에서 주민동의율 80%를 넘긴 통합 재건축 단지가 있다고 알려진 만큼 단지별 동의율 1위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선도지구 경쟁에 뛰어든 통합 재건축 단지가 1800여∼4000여호 규모고, 분당 내 선도지구를 최대치인 1만2000가구까지 지정한다고 가정하면 4∼5개 단지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구당 주차 대수, 소방활동의 불편성, 복리시설 면적 등 정주환경 개선이 얼마나 시급한지 평가하는 항목의 배점은 10점이다. 가구당 주차 대수가 0.3대 미만이면 만점인 10점, 1.2대 이상이면 2점을 준다.
통합 재건축의 규모가 클수록 높은 점수를 준다. 통합 재건축에 참여하는 단지 수가 4개 단지 이상이면 10점, 통합 정비 참여 가구 수가 3000세대 이상이면 10점을 받을 수 있다.
공원, 학교, 주차장, 광역교통시설 등 기반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고, 이주자 전용주택을 공급하는지를 평가하는 도시기능 활성화 필요성 항목 배점도 10점이다.
선도지구는 올해 9월 선도지구 신청 제안서를 접수한 뒤 10월 평가 및 국토부 협의를 거쳐 11월 지자체에 의해 최종 선정된다. 국토부는 선도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일정 정비 물량을 선정해 순차적인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주 대책·공사비 갈등 해결은 숙제
문제는 대규모 이주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세 등 임대시장 혼란이다. 정부는 정비 시기를 분산하고, 이주 단지를 조성해 임대 수요를 흡수하는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정한 이주 단지에 1기 신도시 이주민을 의무적으로 이주하게 할 강제 규정은 없다. 교통망 등이 충분치 않은 신도시 외곽 등에 이주 단지가 지정되면 이주율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주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지역의 주택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근 택지의 주택 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필요하면 소규모 신규 개발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시장 불안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연차별 정비 물량과 인허가 물량을 관리하고 이주 시기를 분산하는 등 권역별 전세 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복병은 공사비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불문하고 여러 재건축·재개발 시공 현장에서 계약 당시 금액을 고수하려는 조합과 공사비를 올리려는 시공사 간 마찰이 속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는데 1기 신도시 정비사업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입지와 사업성을 담보한 특정 지역과 아닌 지역 사이의 양극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