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한 부대에서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연습용과 실전용 수류탄 사용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습용으로도 충분한 훈련이 된다’와 ‘실제 상황 대비를 위해 실전용 사용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21일 육군 제32사단에서 훈련 중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병사 1명이 숨지고 부사관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군 당국은 사고 발생 직후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실수류탄 대신 연습용 수류탄을 사용하도록 전 군에 지시했다.
◆10여 년 전에도 비슷한 논쟁
2014년과 2015년에도 군에서 수류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9월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도중 갑자기 수류탄이 터져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지시를 따른 훈련병이 안전핀을 뽑고 던지려는 순간 손에 있던 수류탄이 폭발했다.
2015년 9월에는 대구 육군 50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도 수류탄 투척 훈련 도중 훈련병이 들고 있던 수류탄이 갑자기 터져 교관 1명이 사망했고 훈련병은 손목이 절단되는 부상을 당했다.
당시 국방부는 두 사고를 일으킨 수류탄이 같은 생산설비에서 만들어진 것을 확인하고 동일 제품 5만5000여 발을 전량 회수해 조사를 벌였으나 끝내 명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다.
군은 대구 사고 이후 전군을 대상으로 실제 수류탄 대신 연습용 수류탄으로 훈련을 진행했지만, 2019년 1월1일부터 실제 수류탄을 사용한 훈련을 재개했다. 당시에도 연습용·실전용 수류탄 사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웠다.
◆“연습용으로도 충분” vs “사격도 비비탄으로 할건가”
육군3사관학교 조교로 복무한 예비역 신모(27)씨는 연습용 수류탄 사용을 지지한다. 신씨는 “실전용 수류탄 중 불량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연습용 수류탄을 사용해야 한다”며 “낮은 확률로도 한 번은 불량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비역 김모(28)씨도 연습용 수류탄으로도 충분한 연습이 된다는 생각이다. 김씨는 “총기로 사격하는 것처럼 수류탄 연습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군 생활 중 훈련소에서만 던져본 것 같은데 위험을 감수하면서 굳이 실수류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고 전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2021년에 전역한 예비군 양모(23)씨는 현행 시스템이 맞다고 생각한다. 양씨는 “실전에서 필요하다면 실전용 수류탄을 훈련에 사용하는 것이 맞다”면서 “훈련소에서도 실수류탄을 던질지 (훈련병에게) 의사를 묻고 본인이 결정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2020년에 전역한 특전사 부사관 출신 이모(28)씨도 실수류탄 사용에 동의했다. 이씨는 “오히려 훈련소에서밖에 하지 않는 훈련이기 때문에 실수류탄을 사용하는 것이 옳다”며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사격훈련도 연습용 비비탄총으로 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강호증 경남대 군사학과 교수는 훈련의 실전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현재 야전에서 안전 위주로 훈련이 진행되고 있지만 훈련은 실전처럼 강하게 하는 것이 맞다”며 “물론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선 안 된다. 훈련 전후와 진행 중 안전 요소와 조치 사항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장준근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견해다. 장 교수는 “훈련소는 민간인을 군인화 시키는 최초 단계로 기초적인 훈련을 받는 곳인데 위험성이 많다고 여겨지는 수류탄 투척 훈련이 불필요하다”며 “신병 교육 후 바로 전투에 투입하지 않는다. 신병 교육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면 굳이 실전용 수류탄을 투척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