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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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재선 후 아프리카 갈 것”… 강한 자신감 뽐내

국빈 방미 케냐 대통령 “오시면 적극 환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년 2월 아프리카에 가겠다고 불쑥 밝혀 눈길을 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겨루는 바이든 대통령은 행여 선거에서 져 연임에 실패하는 경우 내년 1월 중순이면 물러나야 한다. ‘내년 2월 아프리카에 가겠다’는 그의 발언은 연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부부를 환영하기 위한 행사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기자들과 짧은 일문일답을 나눴다. ‘임기 중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할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재선 후 2월 (아프리카에) 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바이든 곁에 있던 루토 대통령이 “어서 오십시오”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일부 기자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자 바이든 대통령은 쾌활하게 웃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20일 취임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트럼프한테 지는 경우 내년 1월이면 4년 임기가 끝난다. 그런데 재선을 기정사실화하며 ‘내년 2월 (미국 대통령 자격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할 것’이란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를 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하기 힘든 발언이다.

 

사실 케냐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지난해 2월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아프리카 순방의 일환으로 케냐에 머무는 동안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연임 도전 의사를 공개했다. 당시 질 여사는 “재선 출마 선언 시기와 장소를 정하는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한 것 말고는 취임 후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한 적이 없다.

 

한편 루토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미국과 케냐는 굳건한 동맹 관계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1963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케냐는 아프리카 국가 중 비교적 잘 사는 나라로 꼽힌다. 군부 쿠데타 발생이나 독재자 출현 빈도가 높은 이웃나라들과 달리 민주주의가 제법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냐는 2021년 7월 대통령 암살 후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치안 유지를 위해 자국 경찰 1000여명을 아이티로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백악관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루토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의미에서 성대한 국빈 만찬을 준비 중이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