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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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법안엔 눈감고 탄핵 운운하며 입법폭주 野 저의 뭔가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2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당원주권시대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컨퍼런스'에 참석, 채해병 특검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24.05.23. yulnetphoto@newsis.com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법안을 무더기로 강행처리하겠다고 한다. 양곡관리법을 비롯해 민주유공자법, 가맹사업법, 전세사기특별법, 농수산유통 및 가격안정법안 등이 그것이다. 이런 법안들이 거야의 힘으로 강행 처리되더라도 21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국회가 처리 법안을 정부로 이송하면 윤 대통령이 바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입법폭주를 강행하는 저의가 궁금할 뿐이다.

윤 대통령이 해당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분명하다. 재정건전성을 해치거나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다치거나 숨진 경우 부모와 자녀에게도 혜택을 주자는 민주유공자법도 반대 여론이 크다. 민주당은 이런 법안들이 거부되면 30일부터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 거듭 재추진하겠다고 한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문제성 법안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겠다니 책임 정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에서 탄핵을 언급하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나오는 속에 강대강 대결이 불 보듯한 법안을 밀어붙이니 걱정이 크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그제 윤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면서 “탄핵 열차가 시동을 걸고 있다”고 했다. 탄핵을 너무 쉽게 입에 올리니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 당선인들은 어제 마친 워크숍에서 “검사·장관 등 법이 규정한 국회의 탄핵 권한을 활용해 개혁국회를 강화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22대 국회에서 입법폭주와 거부권, 탄핵이 일상화하지 않을까 벌써 우려스럽기만 하다.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는 민생법안과 시급한 사안이 산적해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 고준위방사성폐기물법, K칩스법, 유통산업발전법 등은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다. 이재명 대표가 어제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까지 제안하면서 해결을 촉구한 국민연금 개혁도 꼭 이뤄내야 한다. 민생법안 처리는 나 몰라라 하면서 입맛에 맞는 문제성 법안을 밀어붙이는 건 겁박일 뿐이다. 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의 협치 요구에 귀 기울이기를 촉구한다. 유종의 미라도 거두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