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으로 산다는 것이요? 전 생애에 걸쳐 그게 무엇인지 배우는 여정이자, 압박감과 고요한 소외감을 동시에 짊어지는 것과 같아요.”
미국에서 온 입양 한인 케이티 보젝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재외동포청이 입양동포 간 연대 마련 및 모국과의 유대감 형성을 위해 주최한 ‘2024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입양인 인식 개선 등을 위해 조직된 한·미 입양인 단체 네트워크 KAAN(The Korean American Adoptee Adoptive Family Network)의 단체장이자 15년 경력의 상담치료전문가로 활동 중인 보젝은 한국의 어느 경찰서 옆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미국인 입양 가족을 만났다.
양부모는 그에게 최선을 다했지만 때때로 ‘충분하지 않은’ 순간들을 맞닥뜨려야 했다. 어릴 때 한국문화 체험 캠프 같은 것을 한 번도 못 가 본 것에 대해 부모님이 “네가 한 번도 보내 달라고 하지 않았잖니”와 같이 답한 경험이 그랬다.
보젝은 친부모에 대한 뿌리 찾기를 13세, 19세, 20대 때는 미국에서 시도했고 10년 전에는 처음 한국에 와서 해봤다. 한국에 와서는 자신이 발견됐다는 경찰서에 찾아가 그날(1981년 7월13일)의 기록을 묻고, 경찰청에 DNA도 등록했다. 만약 친부모가 똑같이 DNA 등록을 하면 경찰이 매칭 사실을 알려주는 방식인데, 아직 특별한 소식은 없다.
친부모에 대한 감정은 나이가 들면서 계속 바뀌었다. 보젝은 “10대 때는 ‘왜 그랬냐’가 알고 싶었다면, 제가 엄마가 되고 나니 공감과 이해가 되기도 한다”며 “이제는 친부모님이 제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한국에 오니 “막연하지만 고향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한 보젝은 9일의 한국 체류기간에 “카페에서 책 읽고, 산책도 하면서 여행보다는 일상적인 일들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 자신의 가족을 한국에 데려와서 “관광객이 아닌 여기 사는 사람처럼 소개해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