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금개혁을 위한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제안한 건 결국 윤 대통령의 ‘결단’ 없이는 21대 국회 임기 내 ‘결과물’을 내기가 어렵단 판단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영수회담에서 연금개혁과 관련해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기보다 22대 국회에서 천천히 논의하자”고 하면서 여당이 협상에 임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여당 측은 이 대표의 이번 제안이 연금개혁 무산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리기 위한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며 그간 이견을 보인 소득대체율 44% 수용에 대한 입장부터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가 합의하면 받아들이겠다’는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이 ‘22대로 넘기라’고 한 상태에서 여당이 움직일 수 없다. 여당 결단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언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또한 이날 오전 유튜브 라이브에서 “이번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연금개혁을) 타결할 수 있다”며 “이거 다음 국회로 넘길 게 아니라, 이미 상당한 정도로 (논의에) 진척이 있고 국민들이 공감을 이뤘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처리를) 해야 된다”고 했다.
연금특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7일 사실상 21대 국회 임기 내 연금개혁 무산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소득대체율에 대한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험료율 13%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소득대체율의 경우 국민의힘이 43%, 민주당이 45%를 고수해온 터였다. 국민의힘이 타협안으로 내놓은 44% 안에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번에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21대 국회 임기 내 타결’을 약속한다면 수치 조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말 여당이 21대 국회 내에 연금개혁을 마무리할 의지가 있다면 우리도 당연히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21대 국회 임기 종료 하루 전인 28일 열리는 본회의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안만 마련되면 본회의 의사일정 조정 등에 나서겠단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며 이 대표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사실관계를 호도하며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윤석열정부가 제시했던 소득대체율 45% 방안을 받기로 결단했다”고 밝힌 데 대해 연금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어제 저녁에도 김성주 간사로부터 전화가 와 이 수치(44% 여당 수정안)를 확인해줬다”며 “이 대표가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반박했다. 연금특위 위원인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안(45%안)은 민주당 제안이다. 민주당 주장을 민주당 대표가 수용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배 원내수석은 이어 “(이 대표 제안은) 합의 없는 28일 국회 본회의 강행에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에서 기인된 것”이라며 “대통령이 연금개혁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영수회담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건 또 다른 거부권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