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간 의료인력 공백을 메워온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이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21대 국회 임기 내 간호법 제정이 되지 않을 경우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 보이콧을 선언할 것을 예고해 이번 의료 공백 사태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간호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간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의사들이 떠나버린 병원에서 환자들이 맞이하게 될 ‘혼란과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 53만 간호사들은 밤잠 못 자며 병상을 지켜왔다”면서 “그러나 병원 운영을 이유로 퇴직과 연차휴가 사용을 강요당하고, 법적인 보호와 보상체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온갖 업무를 도맡으며 막다른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어디에서든 누구든지 필요한 의료적 돌봄과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간호법안이 필요하며,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여야 정치권의 의지와 혜안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간협은 전날에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전국 간호사 간호법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의 간호법 제정 약속 미이행 시 관련 시범사업 보이콧 등 강력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 이후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PA 간호사들에게 검사와 치료·처치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2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운영해오고 있다. 병원 현장에서도 PA간호사들이 전공의의 공백을 50% 가까이 메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간호법 제정 불발로 간호사들이 PA간호사 업무 보이콧에 들어가면 병원 현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는 29일까지인데 마지막 본회의인 28일 이전에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먼저 열려야 해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채상병 특검법’ 등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상임위 개최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간호사들의 숙원인 간호법은 현재 의료법에 명시돼있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따로 떼어내 간호 인력의 자격, 업무, 처우 등을 규정한 별도의 법이다. 지난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해당 간호법에는 ‘모든 국민이 지역사회에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조항이 담겼는데, 의사들은 ‘지역사회’라는 표현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하는 근거가 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지난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단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간호 관련 3개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수정안에는 ‘지역사회’라는 문구 대신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현장 등 간호사들이 실제로 근무하는 장소가 명시됐고,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도 포함됐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아마 여러 가지 다른 사정으로 지금 국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끝까지 (국회를) 설득하고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