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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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고소에 앙심 품고 전 여친 찾아가 인질극 벌인 20대 [사건수첩]

20대 A씨는 2022년 7월 같은 직장에 다니던 30대 B씨와 한 달 정도 사귀다 헤어졌다.

 

A씨는 B씨가 자신에게 거짓말로 속이고 또 다른 직장 동료 30대 C씨와 사귀고 있다는 소위 ‘환승연애’ 때문에 자신과 헤어졌다고 착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의 이 착각이 그를 둘러싼 모든 사달의 원인이었다.

 

A씨는 이별 후에도 B씨 집을 여러 차례 찾아갔을 뿐 아니라 직장 내 단체 대화방에 ‘B씨가 자신을 버리고 바람을 펴 C씨와 사귄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했다.

 

더 이상 참다못한 B씨는 A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고, A씨는 이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됐다.

 

A씨는 결국 이 사건 때문에 회사에서도 해고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서 해외 취업도 고려하고 있었는데 비자 발급에도 지장이 생겼다.

 

그러다 B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B씨와 C씨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고 이들이 거짓말로 자신을 스토킹 범죄자로 몰아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A씨는 이들을 살해한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범행 도구인 과도와 사냥용 대검, 후추 스프레이 등을 구했다.

 

A씨는 또 5개 흥신소에 이들의 소재를 의뢰하기도 했다.

 

A씨는 범행 한 달 전부터 17차례에 걸쳐 B씨 집 주변을 찾아가 B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범행 당일인 지난해 12월11일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해 잠시 집을 비운 틈을 노려 A씨는 흉기 등을 챙겨 B씨 집에 몰래 침입했다.

 

쓰레기를 버리고 온 B씨가 집에 들어오자 A씨는 칼날 길이만 14㎝의 사냥용 대검을 B씨에게 휘둘렀다.

 

B씨가 강하게 저항하면서 살인은 미수에 그쳤지만 이 과정에서 B씨가 손과 팔 부위를 크게 다쳤다.

 

A씨는 B씨 목에 흉기를 겨누면서 아파트 계단 쪽으로 끌고 가 C씨와 자신의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을 불러 오라며 인질극을 벌였다.

 

인질극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설득 끝에 A씨가 아파트 창문을 통해 뛰어 내리면서 4시간 만에 종료됐다.

 

A씨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소방대원들이 설치한 안전매트 위로 떨어져 목숨은 건졌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는 살인미수‧특수주거침입‧보복상해‧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A씨에게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로 범행을 중단해 살인죄의 중지 미수에 해당하고, 보복의 목적도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이 역시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수호하고자 하는 최고의 법익이고 모든 인권의 전제가 되는 가장 존엄한 가치로, 살인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살인을 시도하는 그 어떤 행위는 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꾸짖었다.

 

이어 “피해자가 겪었을 극심한 공포와 고통은 짐작하기 조차 어렵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앞으로 후유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 염려된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보복을 매우 두려워하며 엄벌을 바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이후 B씨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려 원래 살던 집이 아닌 다른 모처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