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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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방심위 항의방문? 후속조치 요청차 방문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미국 구글 워싱턴 본부 방문을 두고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지부가 ‘류 위원장이 구글과의 면담 중 책상을 쳤다’거나, ‘구글코리아글 측이 방심위에 항의차원의 방문을 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구글코리아 측의 방문은 본사와의 협의 내용을 묻기 위한 질의차원의 방문에 불과했고, 실제 본사 면담 과정에선 선제적 자율 규제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 안팎에선 류 위원장의 방미를 두고 수차례 음해성 문제를 제기한 방심위 노조가 류 위원장의 방미성과를 폄훼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방심위 등에 따르면 구글 코리아 측은 최근 방심위를 찾아 류 위원장의 방미와 관련한 의제와 향후 실무 협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전에 조율된 의제에 없었던 유튜브 살해 장면 생중계와 관련해 본사 측과 면담을 한 것을 두고 구체적인 협의 내용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번 구글 본사 면담 전 구글코리아를 통해 전달한 의제에는 이 유튜브 살해 장면 생중계 논란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방문 직전 발생한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유튜브 측에 선제적 자율 규제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구글의 실무협의회에서 만난 마컴 에릭슨 구글 정부 대외정책 담당 부사장(왼쪽)이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방심위 제공

지난 9일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 종합청사 인근에서 한 남성 유튜버가 다른 남성 유튜버를 칼로 찔러 살해했는데, 이 장면이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영상이 확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방심위가 영상 삭제를 요청했으나, 구글은 이 영상을 약 10시간 후 삭제했다. 일반적으로 방심위 측이 구글 측에 영상 삭제 요청을 할 경우 2∼3시간이면 삭제조치가 완료되는 데 반해 해당 영상은 상식에서 벗어날 정도로 오랜기간 방치돼 큰 영향을 미쳤다는게 방심위 안팎의 이야기다. 구글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구글 워싱턴 본부 방문 면담에서 류 위원장은 해당 영상 삭제 지연에 항의하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나 허위 조작 콘텐츠를 게시하는 유튜브 채널에 대해 구글 측의 선제적인 자율 규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는 협의 성과에 대해 “최근 발생한 50대 유튜버 살인 생중계 콘텐츠를 계기로 구글 측이 향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삭제·차단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한국 법과 규정에 어긋나는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차단조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같은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방심위 노조는 “류 위원장이 구글 본사 회의에서 책상을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오죽하면 구글코리아에서 출장 이후 방심위에 항의 방문을 왔겠는가”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방심위 노조의 이같은 ‘무성한 소문’과 관련한 주장에 야당도 즉각 반응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류 위원장의 기행은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오버 액션이었던 셈이다. 자신의 궁색한 처지를 모면해 보려다 국제 망신을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심위 안팎에선 이번 논란의 배경과 관련해 불법유해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구글측의 신속한 조치 등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자 이를 방심위 노조가 이를 폄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방심위 노조는 류 위원장의 방미 일정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앞서 방심위 노조는 ‘출국금지도 모자랄 판에 외유성 해외 출장이 말이 되는가’라는 성명서를 통해 “류 위원장이 임기 두 달 남기고 부랴부랴 예정에 없던 출장 계획을 잡는 것을 지켜보니 한숨부터 나온다”며 “국제적인 망신을 걱정하는 직원들의 심정을 헤아려 류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출장 계획을 접기 바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방심위는 “(류 위원장의 해외출장은) 이틀 연휴까지 낀 3박5일의 ‘일하는’ 출장”이라며 “창립기념일인 5월14일부터 시작해, 이튿날인 부처님 오신 날, 게다가 돌아오는 날은 비행기에서 1박을 한다. 상식적으로만 판단해도 ‘외유’란 말을 붙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임기 두 달 남기고 부랴부랴 예정에 없던 출장 계획을 잡았다”는 방심위 노조의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방심위는 “지난해 9월 구글 본사 담당 부사장이 위원회를 방문해 위원장과 성공적인 업무 협의를 했다”며 “이번 출장은 지난 해 협의 내용을 더욱 발전시켜, 정책적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위원회의 계획된 일정으로, 연초 업무운영계획 및 국외 출장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방심위의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협력은 강화하는 추세다. 방심위는 지난해 11개 해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성범죄, 도박, 불법 식·의약품(마약류 매매 포함), 성매매·음란, 불법 금융, 불법무기 등 총 6만2336건의 불법·유해 정보에 대해 시정요청을 했다. 이 중 5만8375건이 삭제·차단돼 이행률은 93.6%다. 이는 해외 불법 정보에 대해 시정요청을 시작한 202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방심위의 한 간부는 “류희림 위원장이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예상 이상의 성과를 거둔데 대해 노조가 이런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류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오직 비난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