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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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이대로 괜찮은가’…첫 타깃은 ‘상속세제’ [뉴스 투데이]

한국 상속세율, 할증과세 시 OECD 1위
대기업 10곳 중 8곳 ‘경영자 60세 이상’
“상속세수 1兆 늘면 성장률 0.63%P ↓”
국민 10명 중 7명 “상속세 완화해야”

“이대로 괜찮은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달 들어 사회 전체에 던진 화두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상의 회장 연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사회가 과거에 해왔던 기조대로 가면 이 대한민국 괜찮은 겁니까’라는 질문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10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노사관계에 대해, 지난 14일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 기조연설에선 한·일 관계에 대해 “이대로 괜찮은가”라고 질문해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한상의는 최 회장의 질문을 한국경제에 대입해 시리즈로 조망하는 기획을 시작했다. 첫 순서는 상속세제다.

 

상의는 26일 공개한 ‘상속세제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현 상속세제는 부의 재분배보다는 경제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 최대주주 할증과세 시 실제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위인 60%에 달한다.

 

상의는 “국내 기업 경영자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수년 내 상속세제의 방향이 한국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의가 기업 경영자의 연령을 분석한 결과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은 10곳 중 8곳(79.5%)이, 중소기업(제조업)의 경우 3곳(33.5%)이 기업 경영자의 나이가 60세 이상이었다.

기업규모별 경영자 연령 분포(단위: %). 대한상의 제공

상의는 높은 상속세율이 직접적으로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해 경제성장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상속세수가 1조원 늘어날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0.63%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의는 상속세 및 증여세 징수액이 1997년 1조5000억원에서 2022년 14조6000억원으로 9.7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소는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 혁신산업에 속한 기업의 가업상속세율을 30%포인트 인하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6조원 증가하고 일자리 3만개가 창출된다고 추정했다.

 

높은 상속세율이 투자와 일자리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는 국민도 많다. 상의가 지난 7∼10일 소통플랫폼을 통해 국민 20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71.8%(전반적 완화 24.8%+부분적 완화 47%)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속·증여세 증가폭(1997년→2022년). 대한상의 제공

상의는 우리나라 상속세제가 기업의 공익활동도 저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국가가 대기업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할 경우 상속세를 면제하는데, 우리나라 현행법은 상속세 면세 한도를 5%, 그 외에는 10~20% 제한하고 있다. 상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보유주식에 대한 의결권까지 제한받고 있다”며 “사실상 앞뒷문이 다 잠긴 상태”라고 강조했다.

 

상의는 “단기적으론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15%로 인하하고, 중장기적으론 상속세를 폐지해 제3자에게 자산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를 이연하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해 경제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의에 따르면 현재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나라는 OECD 38개국 중 4개국으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이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