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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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해외직구 규제정책, 신중해야

C커머스 부작용에 대한 대책
정부 내놓은 KC인증 규제는
해외판매처에 강제할 수 없고
소비자 선택권 제한 논란 낳아

중국에 온 뒤 타오바오와 핀둬둬 등 ‘C커머스’로 불리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타오바오와 핀둬둬의 해외 버전이 한국에서도 성장세가 무서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다.

아무리 싼 물건을 사도 서울∼부산을 두 번 이상 왕복할 수 있는 거리를 무료로 배송하는 데 한 번 놀랐고, 빠르면 하루이틀 만에 집앞까지 가져다 준다는 사실에 다시 놀랐다. “백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것이 테무의 슬로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그 전부터 저렴한 가격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구매하는 일은 잦아졌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중국도 이런 C커머스의 성장세를 잘 알고 있고, 해당 업체들은 물론 국가에서도 지원하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매체는 해외에서 불고 있는 C커머스의 열풍 원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은 지난해 글로벌 쇼핑 앱 다운로드 순위 상위 10위 업체 중 절반인 5개가 쉬인, 테무,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에는 10만개가 넘는 해외 이커머스 공급 업체가 있다”며 “이들의 빠른 발전은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중국 공장이 점점 많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일보는 이를 통해 중국 제조업의 전반적인 강점이 향상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졌다며 저장성 린하이시의 사례를 들었다. 매체는 “린하이는 ‘중국 안경의 고향’으로 불리며 안경 제조 산업이 활성화했지만 자체 브랜드가 없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만 하는 해외 무역 공장이 많았다”면서 “테무가 현지 공장에서 자체 상표를 등록하도록 지원해 이들의 수익이 50% 가까이 올라갔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4일 중국 국무원은 리창(李强)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열어 ‘국경 간 전자상거래 수출 확대 및 해외 물류기지 건립 촉진에 대한 의견’을 통과시켰다. 이 정책 문건에는 국경을 초월한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기업을 더 많이 육성하고, 전통적인 외국 무역 기업이 전자상거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가격이 싼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음식이나 몸에 직접 바르거나 닿는 제품을 초저가 플랫폼에서 사기는 조금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각종 물건에서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됐다는 한국발 기사를 접하면서 찜찜함이 조금 더해지기도 했다.

또 세계 곳곳에서 중국이 내수 침체에 따라 남아도는 초저가 제품을 해외로 밀어내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커진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기업들이 중국발 저가 공세에 밀려 문을 닫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잉 공급의 선봉에 C커머스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 중인 알리와 테무 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내 생태계를 지키고, 소비자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역할일 수 있다.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정부는 최근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80개 품목에 대해 KC인증(안전인증)이 없으면 해외직구가 원천 금지된다고 밝혔다.

취지가 좋다지만 졸속으로 ‘지르고 보는’ 정책에 부작용이 따르지 않을 리 없다. 의무화한 KC인증과 규제 대상 용품의 모호한 정의 등은 거센 저항을 마주했다. 당장 ‘직구규제반대소비자회’가 만들어졌고, 이들은 25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직구 규제 반대 집회를 열고 정부 방안 발표 이후 벌어진 혼선에 대해 비판했다.

무엇보다 포괄적인 해외 직구 금지는 해외 판매자에게 KC인증을 받으라고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한국이 해외 직구를 규제하면 해외에서도 한국 물품을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무분별한 국내 상륙 문제는 사안이 복잡하게 얽힌 만큼 이제라도 대책을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