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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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J 명령에도… 라파 폭격 안 멈춘 이스라엘

가자지구 대피소 드론 공격 10명 사망
하마스, 반년 만에 이스라엘에 로켓 발사
아이언돔 즉각 작동… 이 인명피해 없어

민간인 피해 확산에 미국도 부담 커져
이·하마스 휴전협상 조만간 재개 전망

이스라엘이 또 한 번 궁지에 몰리게 됐다.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전쟁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이 체포영장을 청구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유엔 산하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을 즉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ICJ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심리에서 라파 공격을 즉시 중단하라며 한 달 내에 후속 조처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나와프 살람 ICJ 소장은 판결문에서 “이스라엘은 (공격에) 대피하는 주민들이나 이미 라파를 떠난 팔레스타인 주민 80만명을 위해 식량, 물, 위생, 의약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법원은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으로 생긴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의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군 전차가 기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은 굴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스라엘 정부는 명령이 나온 직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물리적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안길 수도 있는 군사행동은 라파 지역에서 하지 않았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ICJ는 이스라엘이 명령을 이행하게 할 강제적 수단이 없다.

 

25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공격 중단을 명령을 받은 다음 날에도 라파를 포함한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지속했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인근의 대피소도 이날 드론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현지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자발리야 외곽에 있는 학교가 이날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학교는 피란민들의 임시대피소로 쓰이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0명이 숨졌다.

 

이런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26일 라파에서 텔아비브와 헤르츨리야, 크라파 샤리야후 등 이스라엘 중부 지역을 겨냥해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여 만에 10여발의 로켓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방인 아이언돔이 작동하며 이스라엘은 대피 과정에서 1명이 경상을 입은 것 이외에 별다른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빌딩 잔해들 사이로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고철을 수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ICJ의 명령 이행을 위한 강제적 수단이 없더라도 국제사회의 압박이 고조될수록 이스라엘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ICJ의 명령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 양상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릿거스대 로스쿨의 아딜 하케 교수는 NYT에 “라파와 그 주변에서의 대규모 군사작전은 민간인 대량 사망과 주민 이동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논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의 우방국인 미국의 부담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제한적’이라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간인 피해가 나날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도 이스라엘을 설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4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야당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와 통화하며 피란민 보호와 인도적 지원을 위한 ‘신뢰할 수 있으며 실행 가능한’ 계획이 선행되지 않는 군사작전은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인질 석방 협상이 다음 주 재개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해외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를 총리를 만난 후 회담 재개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