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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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발하는 훈련병 사고, 장병 안전 수칙 있기나 한가

수류탄 투척 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사망한 데 이어 소위 ‘얼차려’로 불리는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 훈련병 사망 사고만 벌써 두 번째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구나 훈련소 입소 열흘 만에 군기훈련을 받다 사망한 훈련병의 경우 규정을 위반한 무리한 훈련이 사망에 이르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군 기강 해이와 안전불감증이 장병을 사지로 내몬 것이어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군기훈련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체력단련 등을 일컫는다. 사망한 훈련병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 23일 오후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내부 규정은 완전군장 상태에선 걷기만 시킬 수 있고, 달리기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해당 부대 중대장 등 간부들이 이를 어기고 일부 구간에서 구보를 시킨 정황이 현장 폐쇄회로(CC)TV와 부대 관계자 증언 등을 통해 확인됐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군인권센터도 이번 군기훈련과 관련한 규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훈련병 6명이 야간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았고, 훈련 중 한 훈련병의 안색이 안 좋아 보여 다른 훈련병들이 이를 보고했으나 부대 간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계속 얼차려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부대 간부가 훈련병 이상 상태를 무시하다 발생한 참사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젊은이들이 통제된 군에 첫발을 내디뎌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한 각종 전투 훈련과 화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신병 교육훈련은 더욱 각별하고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고 할 수 있다.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요즘 군을 뒤흔들고 있는 해병대 채 상병 사건 같은 불상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될 것이다.

군내 장병 안전사고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장병 안전수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하계 대비 전군 재난안전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장병 안전 확보는 군 전투력 발휘의 토대”라며 “분야별 사전조치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장병 안전 확보 없이 어떻게 대북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