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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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국 협력 복원” 합의, 북핵 대응은 아쉬운 한·중·일 정상회의

기후변화 등 6대 분야 협력 확대
북한 문제에 대해선 견해 차 커
후속조치 이어져야 정례화 가능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어제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갖고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한반도 비핵화 및 납치자 문제 입장 적시, 기후변화·고령화·과학기술·재난·안전 등 6대 분야 협력 확대, 3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 지속 등의 내용이 담겼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8차 회의 이후 약 4년5개월 만에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치곤 다양한 분야에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등에선 아쉬운 부문이 많다. 3국 정상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이익이자 공동책임”이라고 했지만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북한 도발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도 중국의 역할 언급이 빠졌다. 윤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지만 리 총리는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계속 소통해 나가자”는 원론적 답변뿐이었다.

북한이 어제 “5월27일∼6월4일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도 “인공위성 발사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리 총리는 “관련국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며 견해차를 드러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미국뿐 아니라 한·일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이다. 중국과 한·일의 견해차는 예견된 일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역할을 다하지 않고선 북핵 문제를 풀긴 힘들다. 최근 중국은 노골적으로 북한을 감싸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가 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글로벌 중추국의 책임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북핵 문제는 언젠가는 중국 문제가 될 것이다. 그나마 윤 대통령과 리 총리의 별도 환담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에 대해 양국이 소통키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중국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기를 고대한다.

한·중·일 정상은 이번엔 아예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합의까지 했다. 3국은 안보문제에선 다소 견해차가 있을지라도 공통분모가 많은 나라다. 그런 만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3국 정상회의가 되려면 이번 ‘서울합의’에서 이뤄낸 것들이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속도가 붙도록 후속조치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