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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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스라엘 라파 공습 민간인 사망에 “레드라인 넘었는지 평가 중”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민촌에서 수십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 라인’(한계선)을 넘은 것인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불에 타버린 텐트와 자동차 잔해를 살피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군의 라파 공습으로 어린이와 여성 포함 최소 4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신화뉴시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이날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책임이 있는 하마스 고위급 테러리스트 2명을 죽인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대변인은 이어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해왔듯이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며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평가하기 위해 현장에 있는 이스라엘군(IDF)과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IDF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전날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라파 서부 탈 알술탄 피란민촌을 공습했다. 해당 피란민촌은 이스라엘 공세에 가자지구 남쪽 끝까지 떠밀려온 주민 수십만명이 천막을 치고 머물렀던 최후의 피란처로 꼽힌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 공습으로 지금까지 여성과 노약자 23명을 포함해 최소 45명이 숨지고 249명이 다쳤다고 집계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사건을 ‘비극적 실수’로 규정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하마스는 대대적 보복을 예고하고 휴전 협상에서 철수한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레드 라인으로 규정했다. 이달 초에는 이를 어길 경우 공격 무기와 포탄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2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라파 민간인 피해를 고려해가며 군사 목표를 달성할 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악시오스는 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 계획을 업데이트하면서 미국 정부의 많은 우려가 해소됐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으로 상당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면서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이 레드 라인을 넘었는지 평가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른 당국자는 “현재 상황이 미국의 조치를 필요로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백악관은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이 증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8일 오후 팔레스타인 문제를 의제로 긴급 비공식 협의를 열고 라파 난민촌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 문제를 논의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규탄하며 “가자지구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 이 공포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