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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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뉴욕증시… 서학개미, 美주식만 90% 투자

국제금융센터 ‘해외투자 현황’ 보고서

나스닥 등 최고가 행진에 투자자 몰려
밸류업에도 국내 증시 횡보장에 실망
2022년 79.9% 비해 10%P나 늘어나
레버리지 등 고위험 투자 41%로 커져
5월 순매수 종목 스타벅스·MS 1·2위
“고평가 부담·환차손 우려 등 유의해야”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한 해외 주식 중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뉴욕 주식시장이 신고점을 찍으면서 개미들은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채굴 기업 등 다양한 미국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28일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내국인의 해외투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관 잔액 중 미국 주식 비중이 2022년 말 79.9%에서 지난해 말 88.5%, 지난 20일 89.3%까지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일본(4.8%)과 홍콩(2.1%), 중국(1.1%), 유럽(0.4%) 등에 대한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우리나라의 해외 주식 투자는 글로벌 증시 랠리가 이어진 작년 말을 기점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 12월 30억4000만달러였던 해외 증권 월간 순투자 규모는 지난 2월 90억5000만달러로 2021년 12월(121억4000만달러)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3월에는 88억5000만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우리 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 천명에도 올해 들어 코스피가 2600~2700선 박스권에 머물면서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큰 미국 주식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종합지수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최고치(1만6920.79)를 경신하는 등 뉴욕 증시는 올해 들어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미들은 나아가 해외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상위 순매수 10개 종목 중 레버리지, 비트코인 관련 상품 등 고위험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올해 1~3월 평균 15% 대비 크게 확대됐다.

신 연구원은 “개미들은 반도체주 위주로 매수를 확대하는 한편 고위험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지난해 말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점차 커지면서 인공지능(AI) 등 기술주에 대한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 들어선 투자 종목을 더욱 다양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27일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 종목은 스타벅스로 8537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스타벅스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85억6000만달러에 그쳐 지난달 말 88달러 수준이었던 주가가 지난 7일 71달러까지 급락했는데,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AI 대표 주자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도 7545만달러 순매수했고, 최근 구리 가격 급등에 따라 글로벌X의 구리 상장지수펀드(ETF)도 6980만달러 순매수했다. 글로벌X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ETF 운용 자회사이다. 또 인텔 6364만달러, 뱅가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TF 5150만달러 등도 순매수세가 컸다.

다만 미국 주식에 대한 고평가 인식이 확산되는 데다 달러화가 약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는 등 투자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신 연구원은 “S&P500은 올해 들어 11% 상승했고 12개월 선행 주가 수익률은 20.3배로 지난 10년 평균인 18배를 웃돌고 있다”며 “최근 미국 증시 랠리를 견인한 대형 기술주들을 둘러싼 고평가 부담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달러화도 점진적인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차손 위험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투자가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인플레이션 6%,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시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 위험을 각각 경고했다”고 밝혔다. 대선 후 미 증시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거나 경기침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