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연 300일이 넘는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과 맞서 싸웠습니다”
업무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서울 강북구보건소 공무원 고(故) 유희선씨의 남편 이모씨는 28일 강북구청 앞에서 울먹이며 마이크를 잡았다.
이모씨는 “가슴 아픈 사례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 달라. 고인의 순직 인정 등 명예가 당당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사후 대책 마련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강북구지부는 이날 강북구청 앞에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유씨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2년차 공무원 유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감염병관리팀장으로서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누적된 피로와 업무스트레스로 인해 관절 장애,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 장애 등 다양한 신경·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렸다. 여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지고 있던 병을 악화시키는 상황이었다.
노조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달 6개월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가지고 질병휴직을 신청했지만 휴직기간이 3개월로 결정이 되고, 이후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통지를 받고 심적으로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구 자체 심사를 통해 휴직을 반려할 수 있는 질병휴직심사제를 시행하는 구청은 서울 내에서 강북구 등 2곳에 불과하다.
노조는 “직장상사와 조직개편에 대한 의견대립 이후 (고인은) 극심한 심적 압박감이 가중되면서 질병의 고통이 극에 달했다”며 “또 병가가 잦아지면서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 질병휴직을 위한 자료 제출의 심적 부담, 수직적 직장 문화 등으로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북구청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감염병관리팀장으로서 격무에 시달리며 얻게 된 마음의 병과 근골격계질환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유희선 팀장의 순직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강북구청은 이날 유씨의 죽음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강북구 감사담당관, 변호사 2인, 노무사 2인 등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를 가동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