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2만명 밑으로 추락했다. 2월에 이어 3월에도 출생아 수가 2만명에 미치지 못하면서 1분기 합계출산율(0.76명)은 전년 동기보다 0.06명 감소했다. 통상 합계출산율이 1분기에 가장 높고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출산율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다만 2022년 하반기부터 늘어난 혼인건수가 올해 하반기 출생아 수 전망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남아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4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생아 수는 1만9669명으로 나타나 전년 동월과 비교해 1549명(7.3%) 감소했다. 3월 기준 출생아 수가 2만명을 하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별 출생아 수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연속 2만명을 밑돌다 올해 1월(2만1442명) 2만명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2월(1만9362명) 다시 2만명 밑으로 떨어진 이후 3월에도 부진이 지속됐다.
브레이크 없는 저출생 현상이 계속되면서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2%(3994명) 감소한 수준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올해 1분기 0.76명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0.06명 감소했다.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통계청은 작년 12월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을 통해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중위 시나리오)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분기별 평균 0.04명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셈이다. 하지만 1분기 합계출산율 감소폭이 0.06명에 달하면서 올해 출산율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시도별로 보면 전국 모든 시도에서 1분기 합계출산율이 감소했다. 이 중 서울은 0.59명을 기록, 전년보다 0.04명 줄며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1분기 여성의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자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은 25세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출산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 30~34세(72.3명)에서 4.4명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첫째만 낳는 경향도 지속됐다. 첫째아 구성비는 61.5%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증가했고, 둘째아(31.7%), 셋째아 이상(6.8%)은 각각 1.6%포인트, 0.8%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그늘이 걷힌 뒤 2022년 하반기부터 혼인건수가 회복한 점은 향후 출생아 수 전망에 긍정적 변수라고 통계당국은 설명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기 합계출산율은 좀 떨어졌지만 2, 3분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면서 “2022년 하반기부터 혼인 건수가 늘어났던 것이 올해 하반기쯤에는 출생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혼인은 올해 1월(2만8명) 11.6% 증가한 덕에 1분기 전체적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1분기 혼인건수는 5만415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대구 등 3개 시도는 증가한 반면 서울, 부산 등 14개 시도는 감소했다.
1분기 사망자 수는 9만3626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650명(5.2%) 늘었다. 1분기 출생아 수가 6만474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인구는 3만3152명 자연감소했다. 시도별로는 세종을 제외하고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자연감소 규모는 경북이 3945명으로 가장 컸고, 부산(-3595명), 경남(-3468명)이 뒤를 이었다.
한편, 지난달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긴 사람은 집계돼 53만여명으로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다른 거주지로 이동한 인구는 53만3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7.1%(7만8000명) 늘었다. 이는 같은 달 기준 2021년 59만3000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최근 지연됐던 아파트 입주 등이 진행되면서 인구이동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