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정으로 ‘원점 재검토’ 등을 외치던 의사단체 투쟁에 걸린 제동을 의식이라도 하듯,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29일 “다들 정신 차리고 일사불란하게 따라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임 회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다들 패배주의에 지레 실망에 난리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내일 집회 자리에서 뭘 선언할지 알고 미리들 실망하느냐”며, “제가 가장 선두에 선다”고 투쟁 의식을 확고히 했다.
의협은 오는 30일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를 전국 동시다발로 개최한다. 오후 9시부터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부산 해운대 구남로 광장(오후 8시30분), 대구백화점 앞(오후 7시30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오후 9시), 전북도청(오후 8시30분), 대전시청(오후 8시), 강원도청(29일 오후 8시) 등에서도 정부 규탄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대한민국 의료가 ‘백척간두’에 섰다며 의료계의 미래가 매우 위태롭다고 주장한 임 회장은 “하나 된 마음, 단결된 모습만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체계 정상화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한다며, 임 회장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정부의 폭정에 맞서는 후배들이 지켜보고 있다”면서 “두 번의 기회는 없다”고 결의를 다졌다.
의협은 정부 주장과 달리 의대 증원은 국민 피해로 이어질 거라는 점을 알리고, 의사들의 ‘진심’을 집회에서 호소할 계획이다. 집회에 앞서 콜센터를 통해 국민 질문을 받고 집회에서 답변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이번 의료공백 사태에서 정부의 실책 등을 설명하겠다는 의도다.
의협으로서는 대국민 호소 외에는 정부에 맞설 다른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개원의 중심인 의협은 병의원 휴진 등 집단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집단행동을 한다 해도 참여율 저조로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어서다. 2020년에도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의협이 집단휴진을 벌였지만, 휴진율이 10%를 밑돌았었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각 의대 교수 비대위들의 단체이자, 40개 의대 중 19곳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1주일 휴진’ 방침을 철회할 뜻을 최근 밝혔다. 기존 ‘1일 휴진’도 대부분의 교수가 진료를 계속하는 등 선언적 투쟁에 그친 데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승인에 백지화 주장의 단계는 지난 것으로 판단했다. 의대 교수들은 환자를 돌보는 일은 계속하겠지만, 전문가로서 정부 정책에 대한 자문을 맡는 것은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사실상 투쟁 동력 약화 상황에서 의사단체들은 대법원 재항고심에 희망을 건다. 의료계는 앞서 서울고법이 이달 16일 의대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각 대학이 오는 31일까지 모집요강을 공고하면 2025학년도 증원은 되돌릴 수 없게 되는데, 의사단체들은 그 전에 대법원의 판단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전의비와 별도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증원된) 32개 대학 총장께서는 대학입시요강 수정·발표를 당장 중지하고, 재항고심 건은 5월30일 이내로 결정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원치 않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와도 이를 존중하겠다면서도, 계속해서 증원의 적법성을 두고 싸우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