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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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억울해”…김호중, 故 이선균 언급하며 ‘인권위 제소’ 예고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33) 측이 조사 과정에서 경찰에게 인권 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SBS에 따르면 김호중을 변호하는 조남관 변호사는 경찰 공보규칙 제15조에 ‘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에 근거해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팀이 언급한 ‘상급청 지시 여부’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를 검토 중이다.

 

김호중이 인권 침해를 주장하는 이유는 경찰이 비공개 귀가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호중은 지난 21일 강남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세 번째 조사를 받고 귀가하면서 출석 때와 같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귀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김씨는 경찰 수사팀과 5시간 넘게 대치했다.

 

조 변호사는 이에 대해 “김호중씨가 ‘그건(비공개 귀가) 제 마지막 스위치다. 이것마저 꺼지면 저는 살아도 의미가 없다. 마지막 자존심이기에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SBS에 따르면 당시 김씨는 조 변호사에게 “너무 억울하다. 죄는 달게 받겠는데 먹잇감이 된 기분이 든다. 경찰이 이렇게까지 해서 저를 먹잇감으로 던져 놓아도 되는가”라고 토로했다, 또 그는 “구속돼도 좋고 죄는 달게 받겠다만 여러분과 24시간을 같이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조 변호사는 “음주 정황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가 있기는 하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게 있고 흉악범이 아닌 이상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범죄 혐의 유무와 피의자의 인권(초상권) 보호를 별개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우 이선균씨가 경찰 수사로 인해 고초를 겪은 사건을 언급하며 “사소한 (공보) 규칙이라도 어기면 아픈 선례가 반복되고 결국 야만의 시대로 회귀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앞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지난해 12월 숨진 고(故) 이선균씨는 사망 전 경찰서 포토라인에 세 차례나 섰다. 이씨는 변호인을 통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 비공개 출석’을 경찰에 요구했으나 경찰이 이를 거부하면서 포토라인에 서야 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 측은 “특정 케이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 전에 인권침해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호중은 지난 9일 밤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중앙선 너머 택시를 들이받은 뒤 달아났다. 김호중과 소속사는 또 다른 매니저가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하는 등 조직적으로 음주운전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김호중은 사고 직후 고양 콘서트, 이후 창원 콘서트에서 공연했으며 사고 열흘 지난 19일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김호중과 소속사 대표, 소속사 본부장 등 3명은 지난 24일 구속됐다. 경찰은 김호중이 귀가 전 방문한 유흥주점 직원과 술자리 동석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김호중이 사고 당시 소주 3병 가량을 마신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김호중이 “소주 10잔을 마셨다”며 음주량을 축소해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