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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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 시가전 돌입에도 이스라엘 감싼 바이든…지지층은 분열

백악관 “이, 대규모 지상전 시작 안 해”
“바이든 언급 ‘레드라인’ 안 넘었다” 평가
민주당 지지자 비판 확산… 대선에 악재

이, 라파 난민촌 추가 공격 21명 사망
EU 외교장관들, 제재 방안 논의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역 난민촌 공습과 본격적인 시가전 돌입에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대규모 지상전’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민간인 사상이 이어지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지상전에 들어간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 “현재 거론할 (대이스라엘) 정책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라파에서 발생한 참사가 앞서 백악관이 말한 ‘죽음과 파괴’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도 “이스라엘은 이것이 비극적 실수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을 감쌌다.

 

백악관은 전날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이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인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경우 공격 무기와 포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레드라인이 ‘고무줄’ 잣대이고,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에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필요성을 강조하며 균형을 찾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도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무슬림과 진보 지지층을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 비판이 이어지고,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분열도 나타나고 있어 11월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에서 일하던 고위급 직원 스테이시 길버트가 이스라엘 관련 정책에 반기를 들고 사임하는 등 행정부 내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가자지구 국경 지대에서 한 이스라엘군 탱크가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이번 난민촌 공습 참사 이후 성명을 통해 라파에서 ‘근접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적과 가까운 거리에서 총기와 중화기 등을 사용해 전투하고 있다는 의미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AFP통신 등은 이날도 하마스 측 가자지구 민방위 관계자를 인용, 이스라엘군이 라파 서쪽 난민촌을 공격해 최소 2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스라엘군 최소 5개 전투여단이 라파와 ‘필라델피 통로’(이스라엘-이집트 국경의 완충지대)에서 작전을 수행 중으로, 라파 서부의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으로 진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 보좌관이 29일 공영방송 칸과 인터뷰에서 “필라델피 통로는 70%를 장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하네그비 보좌관은 “가자지구 전투는 2024년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말해 이스라엘군이 장기전까지 대비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규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치명적인 분쟁을 피해 피란처를 찾던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한 이스라엘의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도 전날 이스라엘이 국제 인도법을 계속 어기면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처음 논의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자에 동시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제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ICC 제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분명히 (ICC의 이번) 체포영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지만 ICC를 제재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