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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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까지 판 보이스피싱 조직 잡혔다

81명에 최근 1년간 11억 가로채고
29억 상당 19만명분 필로폰 유통
상당량 시중유통… 경찰 27명 검거

보이스피싱 범죄를 시작으로 국내에 마약까지 유통한 일당 27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이 국내에 들여온 마약은 19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데, 상당량은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9일 범죄집단조직·활동, 사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국내 총책 박모(33)씨 등 2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17명은 구속 송치했고, 필리핀에 거주하는 해외 총책 김모(36)씨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추적 중이다.

 

서울경찰청 동대문경찰서 수사2과 지능1팀 수사관들이 29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통해 마약 유통한 범죄조직 검거 압수물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중계기를 이용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해외 발신번호를 ‘010’ 등의 국내 번호로 바꾸고, 수사기관 등을 사칭해 피해자 81명으로부터 1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일당은 서울과 인천, 대구 등 전국 27개소에 사무실을 차리고 중계기 580대를 동원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국내에 다량의 마약을 유통하고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일당은 지난해 5월부터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무인택배함이나 소화전 등에 마약을 숨겨서 거래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과 케타민 등의 마약 5.77㎏을 유통·판매했다. 이는 시가 약 29억원 상당으로 19만2000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찰은 일당의 사무실 등 200여곳을 수색해 필로폰 860g, 케타민 1193g, 엑스터시 252정 등 시가 9억8000만원 상당의 마약을 압수했다. 그러나 이들이 들여온 마약의 절반 이상은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한 것 외의 마약은 이미 시중에 유통되거나 투약한 상태여서 압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보이스피싱에서 마약까지 범죄를 전방위적으로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두 범죄의 수법이 비슷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범죄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지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중계기를 사용한다. 범죄 현장에는 고액 아르바이트 등을 전달책이나 수거책으로 보낸다는 공통점도 있다. 

 

경찰은 박씨가 필리핀에 거주하는 김씨의 지시를 받으면서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중계기를 관리하다가 마약에까지 손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보이스피싱 현금인출책 등으로 범죄에 가담한 이들 중 신뢰가 쌓이면 마약 운반 및 밀반입책 역할도 맡게 했다. 이들 중 3명은 필리핀에서 1.5㎏ 상당의 마약을 백팩에 포장해 국내로 들여왔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를 위해 박씨를 대상으로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며 “조직원들 사이에서 별명으로만 알려진 국내·외 총책과 다른 중간관리책도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