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민주유공자예우관련법 제정안, 전세사기피해자지원주거안정특별법 개정안, 지속가능한한우산업지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총 4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세월호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은 원안대로 공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4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는 형태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모두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법안들로, 21대 국회 마지막 날까지 ‘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되풀이된 것이다. 이로써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총 14건으로 늘어났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4개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재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동 폐기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본회의 개최도, 의사일정 합의도, 법안 처리까지도 모두 일방적인 (야당의) 독선이었다”며 4개 법안을 두고 “충분한 법적 검토와 사회적 논의도 여야 간 합의도 없는 3무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야당이 단독 처리한 5개 법안 중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의료비 지원 기한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의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 공포안을 유일하게 의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기도 검토할 부분이 있지만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와 예산이 있는 제도여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여권이 거부권 행사 명분으로 ‘여야 합의 부재’를 내세우는 데 대해 “대한민국 국회가 신라 시대 화백이냐. 만장일치 아니면 결정을 못 하느냐”고 반발했다.
화백은 신라 시대에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던 만장일치제 귀족 회의다. 이 대표는 “토론해서 합의를 끌어내되,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게 민주주의 원리”라며 윤 대통령의 잦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2대 국회 의석 분포는 여당 108석, 범야권 192석으로 여소야대 구도가 한층 심화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이 1호 법안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하는 등 대정부 강경 기조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