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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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10명 중 7명, 일회용 액상담배 담배로 인지 못해

성인 10명 중 7명이 일회용 액상담배를 담배가 아닌 음료수 등으로 잘못 인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담배처럼 보이지 않는 액상담배 디자인 등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31일)을 맞아 서울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5개 광역시 만 20세에서 59세 사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30일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0%가 일회용 액상담배를 음료수, 화장품, 향수, 장난감 등으로 오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응답자의 약 60%가 담배처럼 보이지 않는 디자인과 색상을 꼽았으며, 패키지에 그려져 있는 귀여운 만화 캐릭터 때문이라는 답변도 있었다. 특히,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 응답자의 76.4%가 일회용 액상담배를 담배가 아닌 다른 제품으로 오인지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서울소비자공익네트워크 대표 김태민 변호사는 “일회용 액상담배는 세련되고 매력적인 디자인과 색상으로 담배처럼 안 보이는 점, 과일 맛이나 향이 가미되어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 기기와 액상이 일체형으로 돼 있어 액상을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점 등으로 인해 청소년 유인 가능성이 높다”며 “성인 응답자의 약 30% 정도만이 일회용 액상담배를 담배로 인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과연 액상담배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응답자의 55.6%가 일회용 액상담배의 화려한 디자인, 저렴한 비용, 쉬운 구매로 인해 청소년 사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확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을 흡연으로부터 지켜야 할 성인들이 일회용 액상담배를 담배로 인지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응답자의 90.2%는 일회용 액상담배로부터 청소년들이 보호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김태민 변호사는 “해외에서는 이미 청소년 유인 문제로 인해 일회용 액상담배에 대한 수입 금지나 판매 금지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나라도 일회용 액상담배에 대해 패키징 규제는 물론, 청소년들이 쉽게 볼 수 있는 판매대에서 진열이나 프로모션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과일 맛이나 향을 가미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