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30일 개원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1호 당론 법안’으로 각각 ‘채 상병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야권이 너나 할 것 없이 국회 개원 첫날부터 ‘특검 정국’에 시동을 건 것이다. 21대 국회 막바지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둘러싼 대치가 심화하면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구하라법’ 등 여야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민생·경제 법안조차 표류하다 폐기된 바 있다. 22대 국회 또한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의 극단적 갈등이 예상되면서 21대 국회의 구태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과 민생위기특별조치법을 당론 법안으로 채택하고 발의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처리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 재표결 이후 부결됐다. 재발의한 특검법에는 기존 법안 내 수사대상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외압 의혹을 포함하는 등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
민생위기특별조치법은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되 대통령이 정하는 소득수준에 따라 25만∼35만원 범위 내에서 차등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날 이재명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며 정부·여당에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 인사말에서 “개원 즉시 몽골 기병 같은 자세로 개혁입법 속도전에 나서겠다”며 “퇴행하고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국회가 가진 권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국민과 함께 채 상병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예고한 대로 한동훈 특검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박은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한동훈 특검법은 누구도 법 앞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국민적 상식에 따른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특검법에는 수사대상으로 △고발사주 의혹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취소소송 항소심 고의 패소 의혹 △자녀 논문대필 등 가족 비위 의혹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 요청 시 피의사실 공표와 공무상비밀 누설 의혹 등이 명시됐다. 여기다 더해 사실상 여당을 배제하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해 ‘독소조항’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야권의 특검 추진에 대해 “하나같이 재판과 수사를 받는 의원들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빼앗아 본인들 입맛대로 고른 특검에 수사를 맡기자는 것”이라며 “염치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입법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