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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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촛불집회서 나온 ‘탄핵, 탄핵, 탄핵’…“6월부터 큰 싸움 시작”

임현택 의협 회장 “14만 의사들, 함께 감옥 가자”

‘탄핵, 탄핵, 탄핵.’

 

30일 오후 9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의 날’이라는 주제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작은 목소리로 탄핵을 외쳤다.

 

이날 집회를 기획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임현택 회장은 무대에서 연설을 하다가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참석자들 쪽으로 들이밀었지만 탄핵 외침은 크게 퍼지지 않고 금새 사그러들었다. 주최 측이 탄핵을 언급한 적 없지만 참석자들은 이날 의대 증원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2025학년도 의과대학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한 정부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탄핵을 외친 것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30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정부 한국 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에 참석해 의료 정상화를 요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총파업 선언 없이 촛불만

 

의협은 이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지역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을 비판했다. 이들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부산 해운대 구남로 광장, 대구 동성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전주 전북도청 앞, 대전 보라매공원에서 촛불을 들었다. 서울 집회에서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환자 보호자의 호소 영상이 상영됐고, 김 아무개로 소개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도 의료계도 환자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 의료를 ‘심폐소생’하는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당초 의협이 이날 집회에서 의사 총파업을 선언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임현택 회장이 집회 전날 페이스북 “의협이 내일(30일) 집회 자리에서 무엇을 선언할지 알고 미리들 실망하느냐. 다들 정신 차리고 일사불란하게 따라오라. 제가 가장 선두에 서겠다”고 밝히면서 실제 파업 선언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집회에서 파업 자체가 언급되진 않았다. 임 회장은 대신 병원과 학교를 100일 넘게 떠나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 외에도 의대 교수들과 봉직의, 개원의들을 호명하며 앞으로의 투쟁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30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과 참석자들이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뉴시스

◆“6월부터 큰싸움, 나와 함께 구속되자”

 

대한문 앞을 메운 참가자들은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촛불과 함께 ‘국민건강 사망, 의학교육 사망’, ‘무너진 의료정책 국민도 의사도 희망 없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 올렸다.

 

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 이 사태의 본질은 정부가 일으킨 의료농단, 돌팔이를만들겠다는 교육농단, 암 환자 고려장, 어르신들이 돈 많이 드는 진료는 못 받게 해일찍 죽게 하겠다는 의료 고려장”이라고 비난했다. 정부를 ‘나치 시대의 게슈타포(비밀경찰)’ 등에 빗대며 거세게 비판했다.

 

임 회장은 탄핵을 유추할만한 언급도 했다.

 

임 회장은 “정부에 분명히 경고한다”며 “국민을 나락의 길로 인도하는 자들이 갈 길은 한길로 정해져있다. 만약 정부가 지금이라도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의사들은 시민들과 함께 국가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는 자들을 끌어내리는 일에 선봉에 서겠다는 점을 반드시 알아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공직에 있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30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대한민국정부, 한국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과 참석자들이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뉴시스

임 회장은 파업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를 유추할만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14만 의사들, 저와 함께 감옥에 가시겠습니까”라며 “6월부터 의료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교수님들도 기꺼이 동의해줬다. 전공의, 학생, 교수님, 개원의, 봉직의까지 이 큰 싸움에 나와주셔야 한다”고 촉구하고, “가장 먼저 제가 선봉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촛불집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총파업 선언 등이 예고돼 있으니 관련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