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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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탓” 중국, 對대만 관세 감면 추가 중단

중국이 대만산 윤활기유(base oil) 등 134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면서 대만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31일 “대만 지역은 일방적으로 대륙(중국)산 제품 수출에 차별적 금지·제한 등 조치를 취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규정을 위반했다”며 “2023년 12월21일 관세세칙위는 ECFA 일부 제품 관세 감면 중단을 발표했으나), 대만 지역은 여전히 아무런 유효한 무역 제한 취소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규정과 절차에 따라 ECFA 일부 제품 관세 감면을 추가로 중단한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추가 관세 감면 중단 대상이 된 대만산 제품은 윤활기유와 유동파라핀(liquid paraffin)을 비롯해 각종 플라스틱·금속 제품, 리튬이온 배터리, 차량 부품, 골프 장비 등 모두 134종이다. 관세 감면 중단은 6월15일부터 시작된다.

 

중국과 대만은 2010년 체결한 ECFA에 따라 2013년 1월부터 대만산 267개, 중국산 539개 품목을 ‘조기 자유화’ 품목으로 지정, 무관세나 낮은 관세 혜택을 적용해왔다. 앞서 중국 당국은 대만 총통 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해 12월 대만산 프로필렌, 부타디엔, 이소프렌, 염화비닐 등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조치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이를 두고 당시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던 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현 총통)를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중국은 지난 20일 라이 총통이 취임 연설에서 주권 등을 거론하자 취임 사흘 만에 육·해·공·로켓군을 동원한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하고, 정부 기관과 관영매체를 동원해 연일 고강도 비난을 쏟아내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세 감면 중단 대상을 크게 확대한 중국의 이날 발표는 여소야대 국면 속에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 때보다 국정운영 동력이 약해진 라이 총통을 안보 부문에 이어 경제 부문에서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2023년 12월 대륙(중국)이 ECFA 12개 품목 관세 감면 중단을 발표한 뒤 민진당 당국은 도리어 ‘대만 독립’ 분열 오류를 멋대로 퍼뜨리고, 양안 대립·대결을 선동해 ECFA 실시 기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민진당 정부가) 대륙 관련 부분이 ECFA 일부 제품 관세 감면을 추가로 중단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련 책임은 완전히 민진당 당국에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陳斌華) 대변인도 “ECFA는 양안이 ‘92합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1992년 합의)라는 공동의 정치적 기초 위에 체결된 것이고 실시 중에 문제가 생기면 양안의 협상을 통해 적절히 해결한다”며 “그러나 라이칭더 당국은 ‘대만 독립’ 입장을 완고히 견지한 채 92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하는 바 ‘대만 독립’을 추구하면 평화가 없고, 발전이 없으며, 대만 기업·민중의 이익에 해를 끼칠 뿐”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