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우크라 전쟁개입 ‘빗장’ 연 바이든…확전 우려에도 대선이 먼저? [뉴스+]

제2도시 하르키우 방어 목적으로 국한…민간 인프라·장거리 타격은 불허
‘우크라전 개입 빗장’ 점차 여는 미국…러시아 대응 수위따라 확전 우려도
美 대선 최신여론조사서 양자는 바이든 2%p, 다자는 트럼프 4%p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은밀히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의 민간 시설을 공격할 경우 ‘비례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무기를 쓸 수 있는 러시아 영토를 러시아와 우크라 국경 지역에 위치한 하르키우와 가까운 지역으로 국한하고, 무기 사용 상황도 러시아의 공격에 맞선 반격 목적으로만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AP 통신 등 미국 언론은 이날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를 방어하는 목적에 한해 미국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영토를 반격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보도했다. 한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하르키우에서 반격 목적으로 미국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팀에 지시했다”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군에 충분한 반격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 무기 사용을 전면 금지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원칙에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큰 변화라고 언론들은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해 확실한 군사적 지원은 약속하되 확전을 막기 위해 해당 무기가 러시아 본토를 겨냥하는 것에 대해선 확실한 선을 그어 왔다. 

 

이번 방침 변경은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공세에 나서 국경도시 하르키우까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내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세의 위태로움을 강조하며 이 같은 원칙 수정을 지속해 요청해 왔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주요 동맹들은 이미 서방이 지원한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본토에 반격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이 이를 허용할 것을 압박해왔다.

3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서 구조대원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손된 아파트 건물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우크라이나가 이러한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의 민간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 영토 깊숙이 있는 내부 군사 목표를 공격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된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몰도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과 관련 “조건과 전장 상황, 러시아가 침략을 추구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우리는 적응하고 조정해 왔다”며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전직 관료와 학자 등 60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 본토 타격을 위한 무기 사용 허용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서한에 서명한 사람 중에는 나토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와 전직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과 관련한 ‘빗장’을 또 하나 푼 이유는 오는 미국 대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패전하거나 결정적으로 몰리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 상대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 관련 최신 여론조사에서 오차 범위 안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공영 매체인 NPR과 PBS 뉴스아워, 마리스트가 지난 21∼23일 미전역의 등록 유권자 1122명을 상대로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오차범위 ±3.7%포인트)에서 양자대결 시 바이든 대통령이 50%의 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에 2%p 앞섰다. 반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코넬 웨스트, 질 스타인 등 출사표를 던진 군소후보까지 포함한 다자구도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의 지지율로 40%에 그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타스연합뉴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과 확전 가능성이 부담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의 민간 시설을 공격할 경우 러시아군이 ‘비례적인 대응’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설 경우 전쟁의 양상은 새로운 확전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가 고강도 대응에 나설 경우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2개의 전장’에 관여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