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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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숨지고, 北 도발하는데… 尹, 술이 넘어가냐”

“미사일 도발에 오물 풍선 날리는데
대통령은 NSC 회의 소집도 안 해
숨진 훈련병 영결식 날 여당 의원들과
술 마시니 기분이 그렇게 좋았나”

과도한 얼차려를 받다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북한의 미사일 및 ‘오물 풍선’ 도발이 있던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합대회 격인 연찬회에 참석해 “여러분 보니 정말 스트레스 풀린다” “기분이 좋다”라며 술 마신 것을 두고 야권은 31일 윤 대통령을 향해 “지금 술이 넘어가냐”며 질타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술 마신 날) 오전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고, 그 직전에 오물을 실은 대남 풍선을 날려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시점이었다”며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했다는 소식은커녕 별다른 대응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주호영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은 분통이 터지고 불안에 떠는데 정작 대통령은 민생법안도 거부하고 해병대원 특검법도 거부하니 기분이 좋다고 술이나 잡숫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천박하고 질 낮은 수준 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최고위원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 국민들의 스트레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국민의힘 의원들을 보니 스트레스가 풀렸나”라며 “김건희 특검에 이어 채 상병 특검 재의결 시 (여당이) 부결표를 던져 일시적으로 해방감을 느껴 스트레스가 풀렸나”라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을 향해 “안보 위기인데 그렇게 기분이 좋으냐”고 물었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 의원은 “참담한 안보 상황에서 국방부는 음주 자제령을 내렸다”며 “금주령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은 욕을 안주 삼아 맥주 마실 수 있어 기분이 좋았는가”라고 했다. “대통령의 안일한 안보의식 때문인지 우리 군은 북에서 내려오는 정체불명의 풍선을 보고도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풍선에 화학물질이나 폭탄이 들어있었다면 국민들께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30일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이 술 마신 날이 중대장 지시로 과도한 얼차려를 받다 숨진 12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의 영결식 당일이었음을 지적하며 “유가족이 하염없이 눈물 쏟던 날, 윤 대통령은 그냥 기분이 좋았나”라고 했다.

 

개혁신당 김성열 수석대변인도 “일주일 만에 대한민국 군인 4명이 숨졌다.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닌데 훈련병부터 장교까지 가릴 것 없이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지금 술이 넘어가나”라고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충남 천안에서 1박 2일로 진행된 여당 연찬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테이블에) 맥주도 놓지 않아야 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제가 욕 좀 먹겠다”며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맥주로 축하주 한 잔씩 다 드리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원들한테 “한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고 개혁하며 미래를 위해 발전시키는 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