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얼차려를 받다 숨진 훈련병의 영결식이 엄수되고, 북한의 미사일 및 ‘오물 풍선’ 도발이 있던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합대회 격인 연찬회에 참석해 “여러분 보니 정말 스트레스 풀린다” “기분이 좋다”라며 술 마신 것을 두고 야권은 31일 윤 대통령을 향해 “지금 술이 넘어가냐”며 질타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술 마신 날) 오전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고, 그 직전에 오물을 실은 대남 풍선을 날려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시점이었다”며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했다는 소식은커녕 별다른 대응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은 분통이 터지고 불안에 떠는데 정작 대통령은 민생법안도 거부하고 해병대원 특검법도 거부하니 기분이 좋다고 술이나 잡숫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천박하고 질 낮은 수준 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최고위원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 국민들의 스트레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국민의힘 의원들을 보니 스트레스가 풀렸나”라며 “김건희 특검에 이어 채 상병 특검 재의결 시 (여당이) 부결표를 던져 일시적으로 해방감을 느껴 스트레스가 풀렸나”라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을 향해 “안보 위기인데 그렇게 기분이 좋으냐”고 물었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 의원은 “참담한 안보 상황에서 국방부는 음주 자제령을 내렸다”며 “금주령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은 욕을 안주 삼아 맥주 마실 수 있어 기분이 좋았는가”라고 했다. “대통령의 안일한 안보의식 때문인지 우리 군은 북에서 내려오는 정체불명의 풍선을 보고도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풍선에 화학물질이나 폭탄이 들어있었다면 국민들께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이 술 마신 날이 중대장 지시로 과도한 얼차려를 받다 숨진 12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의 영결식 당일이었음을 지적하며 “유가족이 하염없이 눈물 쏟던 날, 윤 대통령은 그냥 기분이 좋았나”라고 했다.
개혁신당 김성열 수석대변인도 “일주일 만에 대한민국 군인 4명이 숨졌다.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닌데 훈련병부터 장교까지 가릴 것 없이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지금 술이 넘어가나”라고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충남 천안에서 1박 2일로 진행된 여당 연찬회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테이블에) 맥주도 놓지 않아야 한다고 했는데, 오늘은 제가 욕 좀 먹겠다”며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맥주로 축하주 한 잔씩 다 드리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원들한테 “한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고 개혁하며 미래를 위해 발전시키는 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