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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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부르는 근현대사의 선율…‘동요의 고장’ 이천시, 전국 첫 실버 동요제 연다 [밀착 취재]

‘제1회 전국실버동요제 개최’…20개 팀 무대에 올라
한국창작동요 100주년 기념…전국 50개 팀 예선
굴곡진 근현대사, 아름다운 가사와 율동으로 승화

경기 이천시가 60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국내 첫 동요제를 개최한다. 윤극영 선생이 1924년 발표한 국내 첫 창작동요 ‘반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동요제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 역사의 질곡을 헤쳐온 어르신들이 동요를 부르며 잠시나마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문화축제다. 

 

31일 이천시에 따르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제1회 전국실버동요제’는 6월5일 이천아트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기증된 1970년대 초등학교에서 쓰던 풍금. 이천시 제공

◆ 남다른 ‘동요 사랑’ 이천시…어르신 동요제로 확산

 

동요제에선 예선을 거친 20개 팀이 무대에 올라 경쟁한다. 앞서 시는 4월9일부터 23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아 전국 각지의 50개 팀을 대상으로 비대면 동영상 경선을 벌였다.

 

어린이들의 노래로만 알려진 동요는 ‘노래로 된 그림책’이라고 불릴 만큼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듣고 부르는 노래다. 특히 동요문화의 산증인이자 이를 즐겨 불러온 어르신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시 관계자는 “노래 실력뿐 아니라 팀들이 지닌 다양한 사연도 살펴봤다”며 “어르신들이 동요를 부르면서 화합하고 웃는 감동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천시가 어르신 동요제를 여는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유명 동요 작사·작곡가와 별다른 연고가 없던 이천시는 2014년 한국동요문화협회와 함께 국내 첫 동요박물관을 개관했다. 서희청소년문화센터 1층에 있는 박물관에는 ‘조선동요선’(1937) 등 오래된 동요악보집과 시대별 음악 교과서, 동요 잡지, 친필 악보, 동요 LP판 등 700여 점의 자료가 보관·전시돼 있다. 1970년대 학교에 있던 풍금 등 악기 30여종과 100년 된 축음기까지 만날 수 있다. 

 

특히 사료 중에는 최초의 창작동요인 반달의 악보와 노랫말을 담은 액자가 포함됐다. 한국어 최초의 근대 창작동요로 인정받는 반달은 1924년 반달을 은하수에 떠 있는 하얀 쪽배에 비유해 작사·작곡한 동요다. 윤극영 선생이 달에 토끼가 있다는 옥토끼 설화를 빌려와 토끼 한 마리를 가사에 등장시켰다.

 

이천시립박물관에서 9월22일까지 이어지는 ‘한국창작동요 100주년 기념: 반달이 준 선물’ 전시회. 이천시 제공

◆ 전국 첫 동요박물관, 유일 창작동요제…동요 역사 한눈에

 

한국창작동요의 시초를 마련한 윤극영 선생은 반달 외에도 ‘설날’, ‘고드름’ 등 다양한 동요들을 만들었고 이후 관련 자료들은 이천시의 동요박물관에 기증됐다.

 

시는 독립적인 건물을 갖춘 동요박물관 건설사업에도 박차를 가해 올해 말까지 개관이 예정돼 있다. 부악공원 1만㎡ 부지에 60억원을 투입해 지하 1층, 지상 2층 1843㎡ 규모로 들어설 건물에는 동요 공연장과 동요 녹음실·노래방 등이 마련된다.

 

기존 서희청소년문화센터의 동요박물관에 기증된 자료들도 모두 옮겨온다. 

 

‘제1회 전국실버동요제’ 포스터. 이천시 제공

이달 2일에는 이천시립박물관에서 ‘한국창작동요 100주년 기념: 반달이 준 선물’ 개막식이 열리는 등 시는 동요문화 확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전시는 9월22일까지 이어진다.

 

시 관계자는 “이천시는 2010년부터 전국 유일의 미취학 아동 대상 창작동요대회인 ‘전국 병아리창작동요제’를 개최하는 등 동요 보급에 힘쓰고 있다”며 “병아리창작동요제 발표곡인 ‘쑥쑥자라라’, ‘쏙쏙쑥쑥쑥’, ‘우주탐험가’ 등은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경희 이천시장도 “이번 실버동요제가 동요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고 모든 세대에게 감성을 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모든 시민의 행복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