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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은행에 금 104.4톤 보관한 한은, 왜 금테크 안할까 [뉴스+]

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 매입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11년째 금을 사지 않은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한은은 왜 금테크를 하지 않는걸까. 그리고 왜 다른 나라에 100톤 넘는 금을 맡겨 놓은걸까.

 

세계일보 자료사진

◆금매입 ‘상투’ 트라우마? 한은 “유동성, 수익률 높지 않아”.

 

1일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금값은 지난 4월12일 온스당 2448.8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1년만에 20% 넘게 올랐다.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최고가를 다시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금값의 상승세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사재기가 한 몫 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지난해 금 1037.4톤(t)을 사들였다. 재작년 역대 최대 규모인 1081.9톤에 이어 2년 연속 1000톤 이상 매입한 것이다. 2010년(79.2톤) 이후 14년째 꾸준히 순매입세가 이어지고 있고, 올해 1~2월에만 64톤이 추가됐다.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국가는 총 8133.5톤(한화 831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다. 이어 독일(3352.7톤), 이탈리아(2451.8톤), 프랑스(2437.0톤) 순이다.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세계 36위다.

 

지난 2년간 가장 많이 금을 매입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2021년말 1948.3톤에서 2235.4톤으로 늘어나 세계 6위에 올랐다. 튀르키예도 2년 동안 금 116.6톤을 추가 매입해 540.2톤을 보유하고 있고, 인도와 러시아도 각각 53.8톤, 31.1톤을 매입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11년간 1g도 늘지 않았다. 한은은 2011년 40톤, 2012년 30톤, 2013년 20톤의 금을 사들인 후 추가 매입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1%(장부가 기준·시가로는 1.4%)다.

 

금테크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한은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한은은 블로그에 ‘외환보유액으로서의 금,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11년간 금 매입을 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한은 외자운용원 최완호 운용기획팀장은 “한국은행은 위기시 대외지급준비금으로서 외환보유액을 운용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외환보유액은 그 가치가 안전하게 유지되고 상시 현금화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금은 위기시에도 가치보전 가능성이 높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만 역사적으로 높은 가격변동성을 보여왔다”면서 “금의 수익률은 대체로 주식에 미치지 못했으며, 금은 미 국채 수익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기 때문에 분산투자 효과 및 외환보유액 운용대상으로서의 유용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은 현금화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채권이나 주식 투자처럼 이자나 배당수익 등이 없어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금값이 이미 오를대로 올랐다는 판단도 한은의 금 매입을 주저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금을 매입했던 2011~2013년 한은은 “상투 잡았다”는 비판에 시달린바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진열된 골드바. 뉴시스

◆영란은행에 맡긴 금, 유지비용은?

 

한은이 보유한 금 104.4톤은 1990년부터 영란은행에 골드바(8380개)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뉴욕 연준, UBS 등에 보관하기도 했는데 금의 유동성 제고, 금 대여를 통한 추가수익 창출 등을 위해 영란은행으로 보관을 일원화했다. 영국은 세계 최대 금 시장이고, 영란은행은 뉴욕 연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 보관기관이다.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한은이 금을 해외에 보관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런던은 세계 최대 금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런던시장에서 원활한 거래를 위해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지정한 순도, 무게, 형태로 규격화된 ‘Good Delivery’ 형태로 금을 보유하고 있다. 골드바 개수는 8380개이다. 

 

Good Delivery는 금괴의 규격화를 통해 거래가 용이하게 하는데 순도 99.5%이상, 무게는 350~430 트로이온스(11~13kg), 지정된 제련업체의 표시, 시리얼넘버가 표기돼 있어야 하고 바형태를 띄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골드바 8380개, 총 100톤이 넘는 금을 보관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한은 관계자는 “보관비용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 “금 대여 금리라는 수익이 보관비용보다 통상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보관비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등에 금을 빌려주고 받은 대여 수익으로 보관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은은 30년이 넘도록 맡겨놓은 금이 제대로 보관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영란은행이 보안 등을 이유로 허락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보유금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당시 실사는 하루동안 205개(대여금을 제외한 한은 보유분 3.05%)의 샘플검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200개는 사전에 영란은행에 통보했고 5개는 현장에서 임의 지정해 보관상태까지 확인했다. 실사는 장부와 실물 비교, 일부 골드바에 대한 무게측정, 금보관 금고의 배치 현황 등 파악으로 이루어졌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