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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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퍼지는 인구절벽 그림자… 믿었던 세종도 '위험신호' [뉴스+]

세종에서 사는 공무원 A(34)씨는 결혼 2년차이지만 자녀 계획은 없다. 결혼 전 아내와 ‘노키드 부부’로 살기로 약속한터다. 각자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얘기를 들은 것도 아이를 갖지 않는 큰 이유가 됐다. A씨는 “세종은 다른 도시에 비해 아이들이 많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시간과 돈이 적게 들어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며 “요즘 결혼하는 주위 동료들 중에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EBS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해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고 놀란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의 모습. 유튜브 채널 'EBS 다큐'

‘인구 절벽’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국을 휘감고 있다. 매달 나오는 인구동향은 ‘역대 최저’ 타이틀을 매번 갱신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6명대까지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군요”라고 말한 미국의 한 교수의 말이 점차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게다가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보이던 세종까지도 ‘위험 신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6만474명에 그쳤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6.2%(3994명) 감소한 수준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분기 0.7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출산율이 1분기에 높고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중위 시나리오 기준으로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으로 떨어진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은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시도별 출생·사망·인구이동 추이를 반영해 2022∼2052년 시도별 장래 인구를 전망한 결과 2045년부터 세종을 포함한 17개 모든 시도에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까지 17개 시도 중 세종만 유일하게 인구가 자연증가했는데, 20여년 뒤에는 세종마저 출생아 수를 사망자 수가 역전한다는 의미다. 세종의 출생아 수는 2052년까지 3000∼4000명대에서 정체하지만, 사망자 수는 2022년 2000명에서 2052년 5000명으로 늘어난 결과다.

 

세종 인구의 자연증가율은 2022년 0.38%에서 2025년 0.36%, 2030년 0.41%, 2035년 0.34%, 3040년 0.17%, 3045년 -0.02%, 2052년 -0.38%로 떨어진다. 중위연령도 빠르게 높아진다. 2022년 세종의 중위연령은 38.8세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30대이지만, 2052년에는 52.1세까지 올라간다. 

 

고령화는 전국 단위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052년 전남, 경북, 경남 등 11개 시도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40%를 넘어선다. 특히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65세 이상 고령인구에 진입하는 2020년부터 고령인구가 급증해 2052년에는 2022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2052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49.6%)과 경북(49.4%)이며, 가장 낮은 지역은 세종(29.3%)과 서울(37.2%)이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