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사건에서 ‘중범죄’로 유죄 평결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해외여행에 제한이 걸릴 수 있다고 CBS방송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된다면 예외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심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에 형사재판 배심원단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34개 혐의를 모두 유죄라고 평결했다. 유무죄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 배심원단이 유죄를 결정하면서 담당 판사인 후안 머천 판사가 오는 7월11일 형량을 선고한다. 다만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까지 되더라도 대선 출마는 가능하다.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특정해서 여행제한을 부과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일부 국가 입국이 제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이 중범죄로 유죄가 선고된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영국과 호주, 내년에 주요 7개국(G7) 회의가 열리는 캐나다도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 입국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중국은 중범죄자 입국을 아예 금지한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그를 규정의 예외로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CBS방송은 전망했다. 예를 들어 1976년 음주운전 혐의에 유죄를 인정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캐나다에 공식 국빈 방문을 하기 위해 입국 제한 특별 면제를 신청했다. 다만 부시 전 대통령이 음주운전을 했을 당시에는 음주운전은 중범죄가 아니라 경범죄에 해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유죄 평결을 받자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토드 블란치 변호사는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공정한 재판을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인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2016년 대선 직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3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번 재판이 단순한 회계장부 조작이 아니라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법행위를 감추기 위해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였다. 공판 과정 내내 혐의를 부인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 후에도 “부패한 판사에 의한 조작된 재판”이라며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내려질 것이고 나는 무죄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반발했다.